내부출신 CEO 기용 농협생명·손보… 연임까지 험난
||2026.05.08
||2026.05.08
농협 보험 계열사 첫 내부 출신 대표이사인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와 송춘수 농협손해보험 대표가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실적 개선 시험대에 올랐다. 문제는 실적과 건전성 지표 모두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내 비은행 기여도 역시 떨어지고 있어, 농협금융의 짧은 CEO 임기 관례를 깨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NH농협금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협금융 전체 당기순이익은 8688억원이다. 이중 보험 계열사가 기여한 몫은 671억원으로 전체의 약 7.7%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비중 12.0%에서 1년 새 4.3%포인트 줄었다.
회사별로 보면 농협생명의 1분기 당기순익은 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651억원 대비 58.2% 줄었다. 농협손보는 399억원으로 같은 기간 204억원과 비교해 95.6% 늘었지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400억원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KB금융 계열인 KB손해보험이 2007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농협 보험사의 실적 부진이 금융당국의 계리가정 변경도 있지만, 농협 계열사라는 특수성도 적지 않은 요인이라 지적한다. 농업 연계 금융에 특화돼 있다보니 자연재해에 따른 손해율 악화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구조적 약점은 주요 고객 층에서 비롯된다. 조합원 기반 특성상 고령층 가입 비중이 높은데다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 비중이 커서다. 태풍·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예실차가 크게 벌어지는 구조다. 보험 계열의 그룹 내 비중이 희석되는 가운데 두 대표가 연임 명분을 확보할 운신의 폭도 그만큼 좁아졌다는 평가다.
농협생명을 이끄는 박병희 대표는 1966년생으로 1994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유통부장 ▲농협재단 사무총장 ▲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장 등 농협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24년 말 농협생명 분사 이후 12년 만에 첫 부사장 출신·첫 내부 발탁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취임 첫해부터 쉽지 않았다. 1분기 기준 농협생명 순익은 2024년 784억원에서 2025년 651억원, 올해 272억원으로 지속 축소되는 축소다. 지난해 전체 순익도 2155억원으로 2024년 2460억원에 비해 12.4% 감소했다.
박 대표 입장에선 전임자인 윤해진 전 대표의 후광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전 대표 시절 농협생명은 2023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급증했다. 2024년에도 2461억원을 거두며 35.4% 추가 성장했다.
올 상반기 결산부터 적용된 금융당국 계리가정 가이드라인도 부담 요인이다. 금감원은 신규 담보의 계리가정에 보수적 손해율(90%)과 상위 담보의 실제 손해율 가운데 더 높은 값을 적용하고, 사업비 가정에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했다.
보험사가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하기 어려워진 만큼 보험손익 정상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협생명도 이에 대응해 지난달 사업비 배분 고도화 컨설팅 입찰에 나서는 등 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송춘수 농협손보 대표 역시 부담이 적지 않다. 송춘수 대표는 1965년생으로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인물이다. 2012년 농협손보 출범 이후에는 ▲농업보험본부장 ▲마케팅전략본부장 ▲법인영업부장, 고객지원부문 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농협 내 보험 부문에서 15년간 근무한 보험 전문가로, 박병희 대표와 마찬가지로 농협손보 첫 내부 출신 CEO다.
송 대표가 이끄는 농협손보의 1분기 표면 실적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IFRS17 도입 첫해인 2023년 1분기 순익이 789억원, 2024년 1분기 59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후퇴한 수준이다.
특히 본업인 보험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손보의 지난해 보험손익은 22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 손실과 정책성 보험 운영 부담이 겹친 영향이다. 3분기까지 325억원에 달했던 누적 보험손익은 한 분기 만에 347억원이 빠지며 연간 적자로 돌아섰다.
현재 농협손보는 농작물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이 전체 순익을 뒤흔들면서 본업 수익성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도 이를 완충하기 위해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단기 실적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농협손보는 특히 간병보험 세일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조합원 중 상당수가 고령층이라 농촌 고객 수요와 맞물린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보장 한도가 문제다. 금융당국이 손보업계 출혈경쟁을 우려해 간병인 지원일당 한도를 낮출 것을 권고하면서 지난해 상반기부터 다수 보험사가 한도를 10만~15만원 이하로 끌어내렸지만, 농협손보는 이달에도 20만원 한도를 유지한 채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손보 손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7.98%로 100%를 넘어섰다.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건전성 지표 개선도 과제다. 농협손보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2023년 316.81%에서 2024년 201.59%, 2025년 170.64%로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2023년 말과 비교하면 2년 새 146.17%포인트 미끄러진 셈으로, 자본 여력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 계열사는 그간 대표이사 연임 사례 자체가 드물어 연임 불모지라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올해 보험업황도 우호적이지 않아 금융그룹 내 보험 계열사가 존재감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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