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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구조 개편’ 뺀 개헌, 서두를 필요 없다

아시아투데이|논설심의실|2026.05.08

국회가 7일 본회의에 헌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국민의힘이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不)성립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개헌안을 재상정할 예정이나,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 최종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6·3 지방선거 때 쟁점이 적은 개헌안부터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단계적 개헌'은 수포가 될 공산이 크다. 헌법 개정은 국가의 근본 질서를 다시 세우는 백년대계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또는 연임제 도입 등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이 빠졌다는 점에서 '땜질식 개헌'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286명 중 3분의 2인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의석이 180석에 불과한 만큼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의 '찬성'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 자유투표 대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채택함에 따라 개헌안은 투표까지 가지 못하고 자동 부결될 상황에 놓였다.

앞서 우 의장은 개헌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찾아가 개헌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도 "덩치는 커졌는데 옷이 맞지 않는다. 그러면 옷을 좀 고칠 필요가 있지 않으냐"며 개헌을 독려했으나 야당을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 맞춘 단계적 개헌은 '선거용 개헌'이자 "이재명 정권 독재 연장을 위한 정치적 술수"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화로 1987년 현행 헌법이 개정된 후 39년이나 격변을 겪는 동안, 낡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은 비정상이다. 이 때문에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2월 18세 이상 국민 1만25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3%가 개헌에 찬성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문제는 개헌의 내용·절차·시기에 대한 이견이다. 국민의힘을 뺀 여야 6개 정당이 이번에 발의한 개헌안은 5·18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불법 계엄의 국회 통제 강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원칙의 명문화 정도만 담겼다. 정작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는 쏙 빠졌다. 개헌을 하려면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따른 국정운영의 지속성 결여 문제와 과도한 대통령 권한의 분산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먼저 다뤄야 한다. 이와 동시에 지난 정부 시절 '줄탄핵'처럼 야당이 다수당일 때 발생하는 국회폭주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 눈에는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은 불법 계엄 옹호론자로 보일 것"이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불법 계엄은 현행 헌법으로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데 개헌에 반대한다고 계엄 옹호론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 알맹이가 빠진 개헌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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