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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향은 기억의 예술”… 佛 니치 향수 오르메, 한국을 아시아 거점으로

아시아투데이|장지영|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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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는 세상을 눈보다 코로 먼저 이해한다. 그는 사람의 얼굴보다 체취를, 거리의 풍경보다 공기 속에 떠도는 냄새를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 같은 설정은 향수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와 시간을 기록하는 감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오르메(ORMAIE)도 비슷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어떤 향으로 기억되는가." 누군가에게 향수는 스타일의 완성일 수 있지만, 오르메에게 향수는 기억을 붙잡는 방식에 가깝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범한 오르메는 최근 글로벌 니치 향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브랜드다. 니치 향수는 개성과 희소성을 강조한 프리미엄 향수 시장을 뜻한다. 오르메는 향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기억의 예술'로 해석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 가족의 기억, 여행지의 공기와 빛을 향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그런 오르메가 한국을 아시아 시장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안토에서 만난 밥티스트 부이그 오르메 대표는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향수와 브랜드에 대해 이미 깊이 공부한 상태에서 시향하러 온다"며 "유럽 감성과 아시아 감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수준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오르메는 현재 전 세계 30~40개국, 약 150개 지점에 진출해 있지만 유통망을 무작정 넓히지는 않는다. 브랜드 철학을 이해하는 파트너와 고객이 있는 시장에만 제한적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명품 백화점 체인 니만마커스의 입점 제안 역시 브랜드 철학과 방향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유통 파트너를 찾지 못해 보류했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는 적극적이다. 밥티스트 대표는 "한국은 하나의 트렌드가 형성되면 빠르게 확산되는 힘이 강한 나라"라며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오르메라는 브랜드명 역시 가족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오르메'는 프랑스어로 느릅나무를 뜻한다. 밥티스트 대표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뛰놀던 마당에 있던 나무에서 따온 이름이다.

브랜드는 아트 디렉터 출신인 밥티스트 대표와 그의 어머니인 마리 리즈 조향사가 함께 만들었다. 마리 리즈 조향사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향수 개발에 참여해온 베테랑 조향사다.

밥티스트 대표는 "어릴 때부터 집 안이 늘 향으로 가득했다"며 "어머니가 집에 가져온 향수병들을 보며 단순한 병이 아니라 아름다운 유리 예술품처럼 느꼈던 기억이 지금 브랜드의 시작이 됐다"고 언급했다.

오르메 향수에는 가족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 대표 제품 '28도'는 어린 시절 튜베로즈가 만발했던 정원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프랑스 남부 그라스 지방의 여름 아침 산책을 떠올리며 만든 향이다.

향수병과 캡에도 이야기를 담았다. 둥근 흰색 캡은 프랑스 남부의 강렬한 태양을 형상화했다. '레드 라인'은 할머니의 빨간 립스틱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곡선을 표현했다. 발레리나 시리즈는 오페라 극장의 무대를 모티브로 삼았다.

오르메의 상징인 12각 병은 장인들이 하루 12시간 정성을 들여 향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병 디자인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 향수 브랜드 딥티크 등의 작업에 참여한 프랑스 예술가 제이드 롬바르가 맡았다.

향을 대하는 철학도 분명하다. 오르메는 향을 '감정을 깨우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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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마리 리즈 조향사는 "누군가는 특정 향을 맡고 결혼식을 떠올리고, 어떤 고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향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꺼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오르메는 오는 9월 새로운 '에스 시리즈'인 파셋 라인 3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전 시향을 해본 기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향은 장미 베이스였다. 단일한 장미 향을 구현하는 대신 가죽 향과 스파이시 노트를 겹겹이 쌓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입체감을 표현한 제품이다. 밥티스트 대표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모자이크 작품의 기억에서 출발한 향"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밥티스트 대표는 "우리는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오르메가 단순히 비싼 향수가 아니라 고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며 "향과 함께 우리가 담아낸 이야기와 감정까지 공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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