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가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가운데, 5월에는 석유류 충격에 농축수산물 기저효과까지 겹치며 오름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로 지난달 물가를 1.2%포인트(p) 낮췄음에도 이달에는 물가 상승률 3%대 진입이 우려되는 모습이다.
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석유류가 차지하는 물가 상승 기여도(0.84%p)는 전체 물가 상승률(2.6%)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3월까지만 해도 제한적이었던 유가 충격이 4월 한 달 만에 가시화된 것이다. 특히 경유 가격이 30.8% 급등하면서 화물·물류 비용 상승을 통한 2차 파급이 이미 시작되면서,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제조원가 전반을 압박하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이달에는 물가가 4월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5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에 근접하거나 웃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 눈높이를 일제히 올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주요 기관 38곳의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4월 말 기준 2.5%로, 한 달 전(2.3%)보다 0.2%p 뛰었다. 38곳 중 17곳이 전망치를 상향했고, 낮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이 물가안정에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로 4월 물가상승률을 1.2%p 낮춘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고했다. 두 제도가 없었다면 4월 소비자물가는 3.8%에 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소비자물가를 0.4∼0.8%p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동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유지할 계획"이라며 "석유류를 최우선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민생 밀접 품목들을 집중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정 수단만으로 물가 상승세를 억누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 유류세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고 세수 감소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돈을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