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현금 시대 홀로 역주행하는 러시아...인터넷 통제 강화로 현금 회귀
||2026.05.06
||2026.05.06
전 세계적으로 ‘탈(脫)현금’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최근 현금 사용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인터넷 통제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러시아 중앙은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월 러시아 내 유통 현금 규모는 약 6000억 루블(약 80억 달러·약 12조원) 증가했다. 이는 매년 12월의 계절적 증가를 제외하면, 2022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이 같은 흐름은 러시아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올봄 들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모바일 인터넷 제한을 확대했다. 인터넷 접속이 끊기면서 소비자와 기업들은 일상적인 결제를 위해 현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러시아의 유통 현금은 1조1000억 루블(약 21조원) 이상 늘어났는데, 이는 2025년 전체 증가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광범위한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자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옹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이를 “테러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통제로 시민들의 일상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주민들은 전자 티켓을 미리 출력해야 하고, 유선전화로 택시를 호출하거나 주차 요금을 결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또 무전기와 호출기 같은 오프라인 통신 장비, 종이 지도 판매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현금 사용 확대는 러시아에서 보안과 경제 효율성 사이의 균형 문제가 드러난 사례”라며 “드론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도시 지역에서 오랫동안 진행돼 온 현금 없는 결제 문화 대신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던 아날로그식 생활 방식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조달 플랫폼 텐더프로(TenderPro)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인터넷 제한을 우회할 수 있는 통신 장비 구매를 82% 늘렸다. 특히 위성 인터넷 장비 수요는 두 배로 증가했다.
현금 사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크렘린궁은 오는 9일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앞두고 수도 전역에서 며칠간 모바일 인터넷과 SMS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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