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집 판 돈까지 증시로”… 부동산 불패 신화 꺾고 ‘머니무브’ 폭발
||2026.05.06
||2026.05.06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자녀의 아파트 평수를 넓혀주기 위해 저축했던 예금 2억원을 해지해 전액 주식 계좌로 옮겼다. 김 씨는 “과거에는 무조건 큰 집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삼성전자나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하는 게 자산 증식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주변에서도 집을 팔아 주식 비중을 60~80% 이상으로 늘린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가계의 자산 형성 패러다임이 뒤바뀌고 있다. 남는 돈은 무조건 부동산에 묻어야 한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저물고, 주택 구매 대기 자금과 은행 예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되는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9조73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6일(129조9574억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자금으로, 대표적인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개인들의 투자 열기는 ‘빚투’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4월 28일 기준 35조689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에만 2조7000억원이 급증하며 강세장에 올라타려는 투자 심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안전 자산의 상징인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증가세가 확연히 꺾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억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 수는 2162만9000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상반기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계좌 내 예금 규모 역시 299조7090억원으로 감소하며 3년 6개월간 이어온 증가세가 멈췄다. 예금을 택했던 투자자들이 이를 해지하고 주식 시장으로 대거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 쏠린 가계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조성,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활성화, 국내형 기업성 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증시의 기록적인 호조와 머니무브 현상이 맞물리면서 은행 예·적금 자산의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입에 나서지 못한 거대 대기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산 시장의 무게중심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머니무브가 단순히 은행 예금의 이탈에 그치지 않고, 가계와 기업 자산의 ‘질적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세제 혜택을 기반으로 한 투자 수단이 늘어난 데다, ETF를 중심으로 간접 투자 시장이 성장하면서 개인 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까지 더해져 개인 자금이 직접 투자에서 간접 투자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에 유입되는 ‘새로운 돈’(New Money)의 원천이 예탁금이라면, 이미 계좌에 들어와 있던 자금들은 훨씬 더 공격적인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원리금 보장 위주의 확정급여(DB)형에서 투자형 상품인 확정기여(DC)형으로의 비중 전환이 가팔라지며, 퇴직연금을 통한 ETF 매매가 증시의 거대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8조70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약 12조(2.4%) 늘어난 금액이다.
유형별로는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늘어났다. DC형은 143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조2000억원(4.5%) 증가했고, IRP는 143조7000억원으로 9.8%(12조9000억원) 늘었다. 반면 DB형 적립금은 221조8000억원으로 7조1000억원(3.1%) 줄어들었다.
이 센터장은 “최근 기업들이 법인 자금을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 흐름 역시 증시 선순환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가 되고 있다”며 “가계뿐만 아니라 법인 자금까지 자본시장에 유입되며 시장의 활력소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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