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선택과 집중...LG ‘B2B 체질개선’ 이끈 반도체 소부장
||2026.05.06
||2026.05.06
LG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안착시키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LG 대표 취임 이후 추진해온 사업 구조 재편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LG가 보유한 정밀 제조 역량이 반도체 밸류체인으로 이식되면서 기업 간 거래(B2B)를 중심으로 사업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는 앞서 5년간 국내 투자액 100조원 중 60%에 달하는 60조원을 소부장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 회장은 2025년 11월 향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해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통한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같이 밝혔다.
계열사 중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곳은 LG이노텍이다. 패키지솔루션사업부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4371억원을 기록했다. 고부가 제품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고주파 시스템인패키지(RF-SiP) 공급이 늘어난 덕이다.
LG이노텍은 인텔 등 빅테크 수주를 통해 고부가 반도체 기판 매출을 2028년까지 400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문혁수 대표는 3월 23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 후 취재진과 만나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은 지금 보다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며, 그에 따라 투자도 진행되고 있고 양산(대량 생산) 시기는 2028년을 타깃으로 해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반도체 후공정 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제품에 필수적인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와 레이저다이렉트 이미징(LDI) 노광 장비 개발이 핵심이다.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도 강화했다. 최근 양산을 앞둔 3세대 AI 칩 ‘DQ-C2’는 온디바이스 AI 가전뿐만 아니라 향후 출시될 휴머노이드 로봇 탑재까지 고려한 범용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인 유리 기판 개발에 돌입했다. 당장의 상용화보다는 AI 대전환 시대를 대비해 중장기적인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HBM용 감광성 절연재(PID)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협업 중이다. 2030년까지 반도체 및 전장소재 매출을 현재 1조원에서 2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LG가 반도체 소부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십 년간 축적해온 가전·디스플레이 분야 제조 역량이 반도체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외산 의존도가 높은 첨단 장비와 소재를 국산화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그룹의 역량을 결집한 ‘피지컬 AI’ 구현에도 속도를 낸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부터 센서, 관절, 배터리까지 모든 핵심 부품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갖춘 국내 유일의 그룹사로 평가받고 있다.
가전과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는 강력한 무기다. LG는 고객의 가사 생활 데이터와 세계 산업 현장의 제조 데이터를 비전언어모델(VLM)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B2C 중심에서 산업 인프라를 지탱하는 B2B 사업으로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며 “구 회장이 공들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 AI 시대를 맞아 실체를 갖춰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소부장을 주도하는 LG 계열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감도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이후 증권사 11곳 중 9곳이 LG전자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평균 목표주가는 약 14만원 초반이다. LG이노텍의 경우 NH투자증권이 기존 38만원에서 70만원으로, KB증권이 75만원까지 목표가를 올리며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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