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쟁 리스크도 눌렀다…AI 반도체 랠리에 코스피 레벨업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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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6일 사상 처음 7000선을 넘어 장중 7400선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반도체 이익 전망 상향과 외국인 수급 전환,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25일 6000선을 넘은 뒤 두 달여 만에 7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장중 7400선까지 넘어서면서 한국 증시는 새로운 가격대에 진입했다. 이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 미국 기술주 강세, 국내 기업 이익 추정치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박스피'로 불리던 코스피의 상승 속도는 4000선 돌파 이후 급격히 빨라졌다. 코스피는 1989년 1000선, 2007년 2000선, 2021년 3000선을 넘어섰다. 이후 2025년 10월 4000선에 오른 뒤 올해 1월 5000선, 2월 6000선, 5월 7000선을 잇달아 돌파했다. 4000선에서 5000선까지 64거래일, 5000선에서 6000선까지는 19거래일에 불과했다. 현대차증권은 “코스피의 1000포인트 단위 돌파 속도가 4000선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를 7000선 위로 끌어올린 가장 큰 힘은 AI 반도체 랠리다. 국내 증시가 휴장한 기간 미국 증시에서는 AI와 반도체 중심의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졌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AI 산업 확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자 마이크론은 11.1%, 샌디스크는 12.0%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2% 올랐다. AMD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이며 AI CPU·GPU 수요 확대 기대를 키웠다.
미국 반도체주 랠리는 곧바로 국내 반도체 대형주 투자심리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자 한국 증시의 대표 AI 메모리 수혜주다. 이날 장중 삼성전자는 27만원을 터치했고, SK하이닉스도 162만원까지 오르며 코스피 7400선 돌파를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은 지수 레벨 자체를 바꾼 핵심 동력이었다.
두 번째 동력은 외국인 수급이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에도 외국인 수급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457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2조98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4조7936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 자금은 반도체에 집중됐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2조9000억원 가운데 반도체 업종 순매수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96%를 차지했다. 6일에도 외국인은 장중 순매수를 이어가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 외국인은 1조906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세 번째 동력은 이익 전망 상향이다. 지수가 빠르게 올랐지만 증권가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거 고점 국면보다 크지 않다고 본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코스피 상승세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며, 주가 상승 속도보다 이익 성장 속도가 더 빠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PER이 내려가는 국면은 2005년 이후 드문 사례라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 최근 증시 상승은 반도체뿐 아니라 실적 개선 기대가 있는 업종으로도 일부 확산됐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기대가 반영되면서 전선·전력기기주가 강세를 보였고, 지수 레벨업과 거래대금 확대 기대는 증권주 상승으로 이어졌다. 자동차와 금융 등 일부 대형 업종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다만 상승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대형주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를 크게 웃도는 쏠림 장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외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계속되고 있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4%대에 머물며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 장관이 이란과 휴전이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났고, 국제유가 상승 압력도 일부 진정됐다.
결국 시장은 전쟁 리스크보다 실적과 AI 수요에 더 크게 반응했다. 1분기 실적 시즌에서 미국 주요 기업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을 내고,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서버·전력기기 등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증시도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스피 7000선 돌파가 곧바로 시장 전반의 강세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대형주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은 쏠림 장세도 나타났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쏠림 속에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의 3.5배에 달했으며, 증권·전력기기·자동차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송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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