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종신보험 부정수급… ‘뒷짐 진’ 보험사도 책임론 부상
||2026.05.06
||2026.05.06
최근 일부 요양 시설이 운영 자금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 당국이 이를 중개한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을 대상으로 고강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불법 행위를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보건복지부는 전국 약 3만개 비영리 장기 요양 기관을 대상으로 대표를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 가입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보험 모집 과정에서 GA의 부당 영업 행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유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가입할 수 있다.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긴급 자금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이 경우 보험금은 직원 복지 등 법인 목적으로 써야 하고 보험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면 횡령 등의 문제가 생긴다.
최근 일부 요양시설 대표가 정부에서 지원되는 시설 운영비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시설 명의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일정 기간 후 계약자를 자신으로 변경하고 보험을 해지해 환급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자 변경 후 보험을 해지하면 환급금이 대표 개인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 과정에 일부 요양시설이 세무법인을 겸하는 GA의 컨설팅을 받아 유사한 방식으로 시설자금을 전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GA의 편법·위법 영업에 있다고 보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요양시설의 종신보험 부정 가입 실태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불법 행위를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요양시설에 사업 목적과 무관한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한 것 자체를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있어서다.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규칙은 “예산은 세출예산 이외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운영 자금을 보험료로 납부하거나 사업과 무관한 종신보험 가입을 위해 장기간 자금을 납입하는 행위는 모두 규칙 위반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양 시설의 종신보험 가입이나 계약자를 개인으로 변경한 것은 손실 가능성이 있는 거래로, 보험사가 위법 가능성을 인지하고 사전에 차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가입 심사 단계에서 장기 요양 기관 관련 계약을 원천 거부할 수 있었으나 이를 방치해 왔다. 이제 와서 GA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법인이나 제3자가 보험료를 납입할 경우 보험사는 자금 출처와 거래 목적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공적 자금 유용과 같은 범죄를 시스템으로 걸러내지 못한 보험사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몇 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맞는다. 한국도 유사 규정을 두고 있지만, 과징금 규모가 수입 보험료의 50% 이하로 제한돼 실효성이 적다.
정부 관계자는 “종신보험 가입을 허용한 보험사에도 잘못이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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