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덕분에 30분 더 자”… 새벽 자율주행 버스 첫차 타보니
||2026.05.06
||2026.05.06
그간 정류장에서 20분씩 기다리며 심야버스를 타야 했지만,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가 생기면서 이제는 30분 더 잘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4일 오전 4시, 서울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A504번’에 오른 김모(64)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청소 일을 하는 김씨는 그동안 새벽 3시 25분쯤 심야버스 ‘N51번’을 타고 출근했다. 중간에 환승해야 했고, 배차 간격이 길어 20분 넘게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일이 잦았다.
김씨는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환승을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는데, 집 앞에 직장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새로 생겨 정말 편리해졌다”며 “더 오래 일할 수 있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새벽 이동권’을 겨냥해 자율주행버스를 추가로 도입했다. 기존 심야버스의 불편을 줄이고, 이른 시간대 출근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다.
◇첫차 승객 많은 정류장만… ‘급행노선’ 차별화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자율주행버스 A504번은 지난달 29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평일 하루 한 차례, 기존 시내버스 첫차보다 30분 이른 오전 3시 30분 금천구청 정류장을 출발한다. 신림역과 노량진역, 용산, 서울역 등을 거쳐 시청역까지 왕복 35.2㎞ 구간을 달린다. 전체 소요 시간은 약 2시간이다.
이 노선의 특징은 ‘급행’이다. 서울시와 협의해 일반 504번 버스 정류장 가운데 첫차 이용객이 많은 32곳만 선별해 정차한다. 불필요한 정차를 줄여 이동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시범 운행 기간인 1년 동안은 무료로 운영된다.
4일 A504번 버스에서 만난 승객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상민(40)씨는 “잔업이 많아서 심야버스를 타고 일찍 출근하는 편인데, A504번을 타면 도착 시간이 30분 정도 빨라져서 좋다”고 했다.
K팝을 좋아해 한국에서 2년째 춤을 배우고 있는 일본인 미유(23)씨는 A504번으로 귀가했다. 그는 “밤 12시부터 새벽 3시 30분까지 춤 연습을 하고 원래 택시 등을 타야 했는데, 버스가 생겼다”며 웃었다.
◇자율주행이지만 ‘돌발 상황’ 대비해 버스기사도
버스가 출발하자 “안녕하세요. 자율주행 버스에 타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가 반복됐다. 일반 시내버스와 달리 자율주행버스에서는 승객은 반드시 착석하고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주행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버스는 커브 구간에서 스스로 핸들을 꺾고, 신호에 맞춰 정지와 출발을 반복했다. 속도는 시속 30~45㎞ 수준을 유지했고, 한강대교 구간에서만 60㎞까지 올렸다.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정된 속도라고 한다.
자율주행버스는 전후방과 측면에 장착된 7~8대의 고성능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레이더 등 10여 개의 센서를 통해 차선·보행자·신호등 등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부드러운 코너링과 안정적인 차선 변경, 정지선 준수 등을 구현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출근길에 처음 이용했다는 차지훈(42)씨는 “걱정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완전한 무인 운행은 아니다. 운전석에는 ‘안전 관리자’ 역할의 기사가 탑승해 돌발 상황에 대비한다. 실제로 이날 버스는 출발 직후 GPS 신호를 잡지 못해 잠시 멈춰 섰고, 이로 인해 예정 시각보다 약 3분 늦게 출발했다. 시스템 이상 상황을 즉시 보완하는 것이 안전 관리자의 역할이다.
일부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어린이보호구역은 현행법상 자율주행이 금지돼 있고, 신림 사거리 일대 약 1.3㎞ 구간도 주취자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다는 이유로 수동 운전이 이뤄진다. 완전 자율주행이라기보다 ‘부분 자율주행’에 가까운 셈이다.
◇새벽 출근하는 시민들…무료에 환호
서울시는 A504번을 포함해 A160번(도봉산역~영등포역), A741번(구파발역~양재역), A148번(상계역~고속터미널) 등 총 4개 자율주행 노선을 운영 중이다. 차량 한 대당 정원은 20명 안팎이다. A160번 노선은 도입 1년 만에 누적 이용객 2만명을 넘겼다.
시는 자율주행 교통수단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18대 수준인 자율주행버스와 택시를 2027년까지 100대로 늘리고, 2030년에는 1000대까지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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