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적 이후 뒤집힌 대출금리… ‘고신용고금리’ 구조 고착화?
||2026.05.05
||2026.05.05
은행의 신용평가 구조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재차 드러나면서다. 지난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잔인한 금융’이라고 지적한 이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신용평가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은행연합회 공시 등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보면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의 금리가 더 낮게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용점수 901~950점 고신용자 금리는 4.75%였지만 600점 이하 차주는 4.06%로 더 낮았다. 하나은행 역시 901~950점 구간이 4.93%인 반면 601~650점은 3.95%, 600점 이하는 3.73%에 그쳤다. 농협은행은 901~950점 구간 금리가 5.00%였고 600점 이하는 4.85%로 같은 흐름을 보였다. 우리은행 역시 901~950점 구간 5.17%, 601~650점 구간 4.94%로 나타나 저신용자의 금리가 더 낮았다.
이 같은 금리 역전은 올해 1분기 초부터 이미 포착됐다. 1월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은 신용점수 901~950점 구간 금리가 4.62%였던 반면 600점 이하는 4.15%, 651~700점도 4.26%로 더 낮게 형성됐다. 하나은행 역시 951~1000점 4.82%, 901~950점 4.81%에 비해 651~700점은 4.57%, 601~650점은 4.18%, 600점 이하는 3.6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3개월새 더 벌어진 셈이다.
배경에는 정책적 유인이 작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과 금리 인하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해당 구간 금리가 인위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금리 상한을 7%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취약 차주 보호라는 정책 목표가 시장 가격에 직접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이어 정부의 문제 제기는 이어지고 있다. 저신용자의 금리 산정의 문제에서 나아가 신용평가 전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라는 제목으로 세 편의 글을 연달아 올려 주목받았다. 글의 골자는 현재 신용등급 체계가 저신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으며 금리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특히 김 실장은 “신용등급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며 “정교하게 요약된 과거의 잔상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신용평가 체계 전면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금융 이력 중심 평가가 청년·자영업자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금리는 ‘위험의 가격’이라는 금융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는 상환 가능성과 손실 위험을 반영한 결과”라며 “정책적으로 이를 왜곡하면 결국 다른 차주나 금융회사에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신용도가 낮아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자리 잡을 경우 차주의 신용 관리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실하게 빚을 갚던 차주에게 불리한 구조가 고착화 돼 시장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실하게 빚을 갚고 신용을 관리해온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거나 혜택에서 제외된다고 느낀다면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고신용자의 금리가 저신용자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전가되는 ‘교차 보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권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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