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中 자율주행… 韓 이제서야 첫걸음 [中 EV 굴기 ②]
||2026.05.05
||2026.05.05
중국 자율주행이 실험 단계를 벗어나 상용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실증 데이터 확보를 밀어붙이며 기술 고도화를 이끌어낸 결과다. 이를 기반으로 로보택시 상용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이미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실증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도시 단위의 실증 환경을 구축하고 제도 개선을 병행하면서, 기술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실제 도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자율주행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실증 데이터와 제도 환경에서 차이가 벌어지면서, 적용 속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자율주행을 국가 차원에서 밀어붙였다. 후베이성 우한을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 도시로 조성하고, 2019년 ‘국가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험 시범구’를 설치했다. 2022년에는 안전요원이 없는 완전 무인택시 상업 운행을 허가했고, 2024년부터는 도심과 공항 고속도로를 오가는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까지 시행 중이다. 도시 전체를 실험장으로 활용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업체들은 데이터 축적과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현재 판매 차량에도 레벨 2.9+ 수준의 시스템이 기본 탑재되는 등 기술이 특정 모델이 아니라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구현 가능성도 확인됐다. 지리자동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지커에 탑재되고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직접 체험한 결과, 갓길 정차 차량을 회피하고 정체와 회전 구간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등 일반 도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했다.
션 위한 지리홀딩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 시장은 이미 자율주행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레벨3 자율주행 차량을 보유하고 있고, 라이선스 취득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함께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 고(Apollo Go)’는 올해 3000대 이상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포니닷에이아이(Pony.ai)’ 역시 연말까지 3000대 이상의 차량을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리홀딩그룹은 지난 4월 24일 개막한 오토 차이나 2026에서 자체 개발한 로보택시 프로토타입 ‘이바 캡’을 공개하고 2027년 상용화를 예고했다. 해당 차량에는 3000TOPS 이상의 연산 성능과 2160라인 라이다 시스템이 적용돼 레벨4 자율주행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경쟁이 이미 기술 개발을 넘어 적용 단계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도로 위에서 데이터를 쌓으면서 기술을 고도화하는 구조인데, 국내는 여전히 제한된 환경에서 시험을 반복하는 수준”이라며 “데이터 격차가 곧 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아직 초기 상용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주행 차량 운행이 허용된 지역은 제한적이고, 일부 서비스는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에 국한돼 있다. 다양한 교통 환경과 기후 조건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대규모 데이터 축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적용 환경이 제한되면서 실증 데이터 확보 속도 자체가 중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추진 속도도 더디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로보라이드’를 운영했지만 1년 만에 중단했다. 이후 고도화 계획을 밝혔지만, 적용 범위와 속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결국 격차의 본질은 기술 자체보다 적용 속도에 있다. 중국은 도로 위에서 데이터를 쌓으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제한된 환경에서 검증을 반복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장기적으로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먼저 적용한 쪽이 데이터를 쌓고, 그 데이터가 다시 기술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현재 속도가 유지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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