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넘으면 끝?…결장암 생존율 ‘반전’ 나왔다
||2026.05.04
||2026.05.04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교수 연구팀
고위험 3기 환자, 5년 생존율 49%→78%…약 30%p 개선
“연령 아닌 병기·위험도 기준 치료 필요”…임상 근거 제시

75세 이상 고령 결장암 환자에서도 항암치료가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위험 3기 환자에서는 보조 항암화학요법 시행 시 5년 생존율이 약 30%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연령이 아닌 ‘암의 병기와 위험도’에 기반한 치료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윤석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교수(대장항문외과)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75세 이상 고령 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연령보다 암의 병기와 위험도에 기반한 치료 전략이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은 전 세계 암 발생률 3위로, 매년 190만 명 이상이 새롭게 진단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 ‘2023년 암등록통계’ 기준 갑상선암과 폐암에 이어 발생률 3위를 기록했다. 전체 대장암 3만2610건 중 결장암은 1만7103건(52.4%)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1(5944명, 34.8%)이 75세 이상 고령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질병 양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고령층에서 직장암 발생은 감소하는 반면, 결장암은 증가세를 보이며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암’으로 불리는 결장암은 발견 시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 항암화학요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고령 환자의 체력 저하와 부작용 우려, 임상 데이터 부족 등의 이유로 항암치료 시행 여부를 두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 신중한 판단을 이어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5개 병원(서울·여의도·의정부·인천·성빈센트병원)에서 결장암으로 근치적 절제술을 받은 환자 158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저위험 3기 및 고위험 2·3기에 해당하는 75세 이상 고령 환자 394명을 선별해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고령 환자 중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비율은 46.7%(184명)로, 75세 미만 환자군(87.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임상 현장에서 고령 환자에 대한 항암치료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이뤄져 왔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환자를 ▲고위험 2기 ▲저위험 3기 ▲고위험 3기로 구분해 항암치료 효과를 비교했으며, 가장 뚜렷한 효과는 ‘고위험 3기’에서 확인됐다. 해당 환자군에서 항암치료 시행 시 5년 전체 생존율은 78.6%로, 미시행군(49.1%) 대비 29.5%포인트 높았다. 완치 지표로 평가되는 5년 무병 생존율 역시 48.2%에서 69.3%로 크게 개선됐다.
반면 고위험 2기와 저위험 3기에서는 항암치료 효과가 고위험 3기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고령 환자에게 일률적인 치료를 적용하기보다 병기와 위험도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초고령 사회 진입에 맞춰 고령 결장암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고위험 3기 환자에서 보조 항암화학요법의 생존 이점을 입증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대장항문학회(ASCRS 2025)에서 최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이윤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 고위험군에서 항암치료가 생존율을 뚜렷하게 높인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며 “고령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주저하던 기존 관행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치료 전략 수립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장암은 최근 젊은 층에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KH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20대 대장암 환자는 2020년 대비 남성 114.5%, 여성 92.6% 증가했으며, 30대 역시 각각 84.0%, 70.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열린 ASCRS 2025 ‘국제 심포지엄 세션’에서 “최근 젊은 환자 증가로 대장내시경 검사 권고 연령을 45세로 낮추는 논의가 활발하다”며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3~5년에 한 번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가족력이나 다발성 용종이 있는 경우 40세 전후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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