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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성과급 10억씩 받고 10만원짜리 백반 사먹읍시다 [박영국의 디스]

데일리안|24pyk@dailian.co.kr (박영국 기자)|2026.05.04

대기업 노조, 줄지어 '억대 성과급' 요구

하청노조까지 "성과급 차별" 운운하며 손 벌려

너도나도 억대 성과급 받으면 다 같이 행복할까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주말에 후배와 당직을 서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허름한 백반집을 찾았습니다. 사장님의 주름 만큼이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가 각각 담긴 뚝배기. 그리고 어느 접시에 젓가락을 들이대도 후회하지 않을 맛깔나고 정갈한 반찬들, 몇 그릇이고 계속 내주는 공깃밥까지. 이게 인당 9000원이라니! 여기에 소주 한병까지 반주로 곁들여도 회사에서 당직자들에게 제공하는 점심식사 비용을 넘지 않습니다.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 이 가격에, 이 음식에, 소주까지 한잔할 수 있는 데가 어디 있냐.”

꼰대력 100%의 멘트에 후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마지막 잔을 쪽쪽 빨아대는 후배의 모습을 보다 못해 오징어볶음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했지만 그래봐야 큰 부담은 없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납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9000원짜리 백반을 두고 ‘가성비’를 논했을까. ‘점심 한 끼에 만원’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소릴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식당 벽에 걸린 가격표 위에 붙은 스티커가 눈에 띕니다. 5000원, 8000원, 9000원 이렇게 물가 상승에 떠밀려 가격을 올린 흔적인 듯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당직기자의 본문에 맞게’ 주요 이슈들을 체크하다 보니 ‘남에게만 달콤한’ 성과급 이슈가 계속 눈에 밟힙니다. 대기업 노동조합이 1인당 6억원의 성과급을 내놓으라고 파업을 벌인답니다. 이 회사 실적을 감안하면 내년엔 액수가 10억대로 뛸 수도 있답니다. “오늘 먹은 백반이 얼마였지? 그깟 오징어볶음 한 접시 얼마 한다고 먹을지 말지 고민했지? 이런 XX”. 아, 욕해서 죄송합니다.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근로자의 노력이든, 글로벌 업황 사이클에 따른 ‘운빨’이든 간에, 회사가 잘 벌었고, 그걸 뜯어낼 수 있다면 뜯어내고 싶은 게 당연하겠죠. 심지어 파업으로 성과급 재원보다 더 큰 피해를 주겠다고 협박할 수 있다면 왜 마다하겠습니까.

사촌이 땅을 샀다고 배만 아파하는 게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선 분들도 계십니다.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각기 영업이익의 몇십%씩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며 연이어 들고 일어납니다. ‘같은 대기업 직원인데 우리가 저들보다 뭐가 부족해서 10분의 1도 안 되는 성과급 봉투를 받아들여야 하나.’ 백 번 옳은 소리입니다.

대기업 협력회사(하청) 직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수억원의 성과급 지급을 예정하고 있는 대기업을 향해 하청노조가 ‘성과급 차별 지급을 중단하라’며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원청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하청업체들이 기여한 바도 있는데, 원청 직원들만 성과급 잔치를 벌여서 되겠냐는 겁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각기 수백 곳의 1차 협력사와 거래를 맺고 있고, 2차,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수천 곳에 달합니다. 그렇게 전국의 수만, 수십만 곳의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부품·원자재를 공급했든, 용역을 제공했든, 생태계의 최상위 기업의 실적에 기여한 기업들이 그렇게 많습니다. 그곳의 근로자들에게도 과실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다 보면 전국의 직장인들은 전부 수억원씩 성과급을 받아야겠군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습니까.

앞으로 업황이 뒤집어져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거나 적자가 나면 어쩌냐고요? 10억씩 받던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갑자기 연봉 몇천만원에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회사를 거덜 내서라도 소득 수준은 유지해야죠. 노조에게는 ‘파업’이라는 좋은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아 이런, 너무 월급쟁이들 생각만 했군요. 전국의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무슨 죄입니까. 직장인들만 연간 10억씩 벌고, 가게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9000원짜리 백반 팔아서 힘들게 장사하는 게 상식적인 사회는 아니죠. 연간 10억씩 받는 사람들이 쏟아져나오면 물가도 크게 오를 텐데 9000원짜리 백반이 가능하겠습니까. 적어도 10만원은 받아야죠.

백반뿐이겠습니까. 주거비, 생활비, 교통비, 각종 소비재 가격, 심지어 자녀 학원비까지 뒤에 ‘0’ 하나는 더 붙여야 ‘다 같이 10억씩 받는’ 세상이 오지 않겠습니까.

버는 돈이 열 배 늘어난 만큼, 쓰는 돈도 열 배 늘어난다니, 뭔가 이상하다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세요. 소년공 출신 대통령 말도 우습게 여기는 힘센 분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데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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