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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른 이형진 변호사 “거래재개는 원인 제거로 부족… IPO 각오해야”

조선비즈|유병훈 기자|2026.05.04

법무법인 바른의 이형진 변호사 /바른 제공
법무법인 바른의 이형진 변호사 /바른 제공

상장사에 거래정지와 상장폐지는 단순한 제재를 넘어선다. 주식 거래가 멈추는 순간 시장의 신뢰는 급격히 무너지고, 자금 조달 창구는 사실상 막힌다. 경영 정상화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에선 이를 ‘퇴장 선고’에 가까운 조치로 받아들인다.

최고경영자(CEO)의 배임 혐의로 거래가 중단됐다가 8개월의 개선기간을 거쳐 가까스로 거래를 재개한 A사 역시 이 같은 위기의 한복판에 섰던 기업이다. 당시 자문을 맡았던 이형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원의 일탈이 아닌,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전반의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거래재개는 사고를 수습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 ‘다시 투자할 만한 회사인가’를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A사 사건의 본질을 왜 단순 배임으로 보지 않았나.

“개별 임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구조적 문제가 분명했다.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사실상 무력화돼 있었다. 거래소 역시 ‘왜 이런 일이 회사 내부에서 가능했는가’라는 점을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

―초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문제된 행위가 실제 배임에 해당하는지부터 엄밀히 따져야 했다. 경영상 판단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사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사익 추구 정황이 확인되면서 배임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형사 고소로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이 필요했다.”

―형사 고소 이후에는 무엇이 관건이었나.

“거래소를 설득하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외부에서는 ‘늦장 대응’이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조사와 검토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촘촘히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거래소를 설득한 핵심 논리는 무엇이었나.

“단순히 문제를 제거했다고 해서 거래재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국면은 지났다. 상장적격성 심사는 사실상 기업 전반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다. 법적 조치와 내부통제 개선은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영업 지속성과 재무 건전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사실상 다시 IPO를 하는 과정’으로 보고 접근했다.”

―왜 그렇게 봤나.

“최근 자본시장은 ‘밸류업’과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두 흐름이 함께 간다. 그래서 거래정지 원인만 제거하는 ‘외과적 치료’로는 부족하다. 흐름에 맞춰 경영 투명성뿐 아니라 영업 지속성과 재무 건전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 상장유지 심사에 들어가면 사고 부위만 도려내는 게 아니라 회사 전체의 건강 상태와 체질을 다시 점검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의 이형진 변호사 /바른 제공
법무법인 바른의 이형진 변호사 /바른 제공

―개선 기간 동안 가장 중점을 둔 조치는 무엇이었나.

“지배구조 개편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정비다. 다만 제도만 바꾼다고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제도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이 핵심이기 때문에 외부 전문경영인을 공동대표로 선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왜 전문경영인 공동대표 선임이 중요했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선임 절차 자체도 투명해야 했고, 시장과 주주, 이해관계자, 거래소가 봤을 때 개혁성과 전문성, 그리고 회사 정상화 의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기업들이 이런 국면에서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

“민·형사 조치와 내부통제 개선만 마치면 거래재개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낙관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고 원인 제거라는 외과적 처치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사 전체의 건강 상태에 대한 종합 진단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법률 자문에 그치지 않고 회사 안팎의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경영진, 임직원, 주주, 회계법인, 거래소 사이에는 항상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개선계획이행보고서에 담기지 않는 ‘행간’을 메우는 일이 중요했다. 회사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내부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런 판단을 하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A사에서 바른에 파견된 사내변호사’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형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바른 제공
이형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바른 제공

―지금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불안을 겪는 상장사들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외부 시각에서 봤을 때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가 합리적으로 작동하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내부통제가 형식에 그치지 않는지, 감사기구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지, 외부 자문이나 사외이사 의견이 실제 경영에 반영되는지, 결국 경영진이 변화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평소에 감사 시스템과 내부통제를 상시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독립적 조사와 초기 대응이 우선이다. 바른은 A사 사안을 민·형사 대응, 거래소 실무, 회계법인 협업까지 묶어 하나의 해법으로 정리했다.”

―이번 A사 사례가 다른 상장사들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리스크를 단순한 사고 수습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상장 관련 리스크를 뒤로 미루기 쉬운데, 그럴수록 더 빨리 외부 시각에서 문제를 직시하는 종합 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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