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한 톨도 박제…‘관극다꾸’로 즐기는 1020의 지독한 공연 뒤풀이
||2026.05.03
||2026.05.03
관람 당시 감각, 물리적으로 고정...기록으로 무대 재구성
젊은층의 '자기 브랜딩' 트렌드...SNS 홍보 역할도 톡톡히
1020 공연 관객 사이에서 ‘관극다꾸(관람과 다이어리 꾸미기의 합성어)’라 불리는 아날로그 기록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공연 관람 후 티켓이나 리플릿 등을 활용해 다이어리 한 페이지를 구성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이 오프라인 공연의 경험을 물리적인 매체에 기록하고 소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과거 공연 기록 방식은 티켓을 전용 티켓북에 끼워 보관하는 ‘수집’의 형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의 ‘관극다꾸’는 티켓북의 기능을 포함하면서도 관객의 능동적인 편집이 개입된다. 관객은 공연장에서 수령한 티켓, 리플릿, 프로그램북을 재단해 다이어리에 자유롭게 배치한다. 여기에 공연 중 사용된 소품의 특징을 형상화한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 등을 추가해 시각적 요소를 강화한다.
이러한 기록물은 단순히 관람 사실을 증명하는 용도를 넘어선다. 관객은 다이어리에 그날 극장의 분위기, 특정 장면에서 느낀 감상, 배우의 연기에 대한 사적인 리뷰까지 상세히 서술한다. 이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 리뷰와 달리, 자신만의 공간에 기록하는 내밀한 감상 기록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창작자 ‘분더비니’는 이러한 문화를 대중화한 대표적 사례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관극 브이로그는 물론, 공연 관람 후 다이어리를 꾸미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공유하기도 했다. 분더비니의 다이어리 꾸미기는 정보 전달보다 관람 당시의 감각을 물리적으로 고정하는 데 집중한다. 프로그램북의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그날의 공연 분위기를 색감과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 관극다꾸를 바탕으로 인스타툰을 구성해 SNS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그가 출간한 에세이 ‘맨 끝줄 관객’은 이러한 아카이빙 활동이 실제 결과물로 이어진 사례다. 저자는 공연장의 맨 끝줄이라는 물리적 거리감을 주체적인 기록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는 20대 관객들에게 공연 관람이 일회성 소비에 그치지 않고, 기록을 통해 개인의 문화적 자산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분더비니의 콘텐츠는 관객이 공연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기록을 통해 무대를 재구성하는 ‘생산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세대가 수기 기록에 몰입하는 배경에는 ‘실체성’에 대한 욕구가 있다. 공연은 실시간으로 상연되고 사라지는 휘발적 예술이다. 관객은 티켓, 영수증, 컵홀더 심지어 무대 효과로 뿌려지는 꽃가루 한조각 까지 현장에서 발생한 결과물을 다이어리에 부착함으로써 공연의 실재감을 보존한다. 다이어리에 글을 적고 소재를 배치하는 과정은 공연의 여운을 연장하는 행위와도 같다.
또한 관극다꾸는 개인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완성된 다이어리 페이지는 SNS를 통해 공유되며, 이는 관객 상호 간의 취향을 확인하는 매개체가 된다. 잘 정리된 다이어리는 개인의 성실성과 안목을 증명하는 포트폴리오 역할을 겸하며, 이는 1020세대가 추구하는 ‘자기 브랜딩’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관객의 기록 문화 변화는 공연 제작사의 마케팅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대형 뮤지컬과 연극 제작사들은 다이어리 꾸미기에 적합한 형태의 굿즈를 기획한다. 티켓 디자인을 다각화하거나, 다이어리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 형태의 리플릿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관객의 자발적인 기록 활동이 SNS 홍보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관객은 다이어리라는 개인적인 매체를 통해 티켓북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공연장에서 공연은 종료되지만, 다이어리를 꾸미면서 기록을 통해 공연의 여운을 지속하는 경험으로 바꾸는 식”이라며 “이 같은 자체적인 아카이빙 문화는 공연 관람을 단순 여가 생활에서 주체적인 문화 활동으로 여기는 행위이자, SNS 등 활동을 통해 또 다른 홍보 효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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