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옷이냐, 하얀 옷이냐…문제도 아니로다 [기자수첩-정치]
||2026.04.30
||2026.04.30
지선 출마자들 '국힘 상징' 빨간색이냐
'중도 상징' 하얀색이냐 놓고 고민 깊어
색 문제가 아니라 '장동혁 권위'가 문제
노선전환 없인 빨간색은 '경고색' 될 것

6·3 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한창인 와중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을 것인가, '하얀색 점퍼'를 입을 것인가가 논란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심지어 이 논란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비전 토론회에서 '선거 유세에서 당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가 아닌 하얀 점퍼를 입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점퍼색 논란은 진짜 '빨간 옷'을 입을 것이냐 '하얀 옷'을 입을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빨간 점퍼'는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가 장악한 중앙당과 뜻을 함께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무채색인 '하얀 점퍼'는 중앙당을 배제하고 후보가 홀로 선거를 치르겠단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거를 치르는 후보가 어떤 색을 선택하느냐는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과 권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마치 과거 국가 및 왕위 계승의 정통성과 예법을 비롯한 의전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조선시대의 예송논쟁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점퍼색 논쟁은 현재는 어느 정도 일단락 된 상황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후보가 지난 28일 용산구에서 열린 필승결의대회에서 빨간 색 점퍼를 입고 연단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는 단순히 색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 그는 당시 "내가 국민의힘의 적자다. 가장 오래 국민의힘을 지켜온 사람인데 내가 입지 않으면 누가 입겠나"라고만 말했다.
색 논쟁의 핵심이 장 대표의 리더십과 권위가 영향력을 갖느냐로 넘어간 것이다. 국민의힘의 지지층에게 지지를 받기 위해 빨간 점퍼를 입을 수는 있지만, 오 시장의 입에서는 '장동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장 대표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오 시장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9일 경선 경쟁자였던 박수민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고 별도의 지역 선대위를 꾸리며 "장 대표가 들어갈 공간은 없다"고 말한 오 시장은 물론이고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비롯한 다른 지역 선거 후보들도 전부 장 대표를 배제한 '지역 선대위'를 꾸려 선거를 치르겠단 의지를 표명한 바 있어서다.
이같은 분위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 등록 신청 마감일인 다음달 15일이 지나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공천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장 대표를 배제하거나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일 순 없지만,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고 본선에 돌입하는 순간 장 대표가 없는 '각자도생'을 선택할 후보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지방선거 출마자는 "빨간 옷을 입을지, 하얀 옷을 입을지는 고민할 거리조차 안 된다. 운동이 시작되면 전부 하얀색만 입을 것"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 2018년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치러졌던 지방선거에서 이와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심지어 당시 일부 지역에서는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장 대표에게도 이 같은 일이 재현되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아직 기회는 있다. 장 대표가 당의 얼굴이 돼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각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짐이 되지 않을 기회가 말이다. 명확하다. 확실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전향적인 노선 전환, 그리고 민심 중심의 정책들이다. 이것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6·3 지방선거 유세는 하얀색 대(對) 파란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빨간색은 민심의 우려를 전달하는 경고의 색이 될 가능성이 있다. 색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헷갈리는 사태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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