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식’에서 배운 나의 이별 [D:쇼트 시네마(156)]
||2026.04.26
||2026.04.26
송민주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소연(문혜인 분)은 엄마(안민영 분)에게 아빠(장준휘 분)와 곧 이혼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당황한다. 겉으로는 문제없이 유지돼 온 결혼이었기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는 결혼식은 못 했으니 이혼식은 하겠다고 말하고, 혼란스러운 소연은 남자친구 지호(손용범 분)에게 전화를 걸지만 사소한 타이밍 어긋남으로 감정이 상한다. 다시 전화를 건 소연은 서운함을 쏟아내고, 결국 지호는 시간을 갖자며 관계를 재고하자고 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소연은 부모의 이혼식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한다.
이혼식 당일, 아빠는 ‘아름다운 구속’을 부르며 결혼생활의 끝을 정리하려 하고, 엄마는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인다. 마지막 순간 이혼서류에 찍을 도장이 사라지며 소동이 벌어지고, 소연이 의심을 받는다. 이후 도장은 아빠가 몰래 숨긴 것이었음이 드러난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아빠의 선택이었다. 아빠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소연은 망설임 끝에 거절하고 엄마에게 도장을 건넨다. 결국 이혼은 진행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시작하자는 지호의 말에도 소연은 이별을 선택한다.
이 영화는 부모의 이혼과 자신의 연애를 병치시키며 관계가 유지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혼식이라는 설정은 관계가 끝나는 순간을 겉으로 드러내는 자리이면서,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과 관계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도장을 숨긴 아빠의 행동은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쪽의 심리를 단적으로 드러내며, 사랑이 남아 있는 것과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환기한다. 소연은 처음에는 관계를 붙잡으려는 위치에 서 있지만, 부모의 관계를 목격한 뒤 스스로 관계를 끊어내는 선택을 한다.
이는 버티는 관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태도의 변화로 읽힌다. 영화는 코믹한 상황과 건조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관계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사랑의 시작과 끝을 나란히 배치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함께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함께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러닝타임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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