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내장재 입찰판 흔든 ‘짬짜미’
||2026.04.23
||2026.04.23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실시한 차량 내장재 표면처리 입찰에서 시장을 양분한 2개 업체가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가격을 짜고 입찰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경쟁을 봉쇄한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5억 9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완성차 산업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떠받치는 부품·중간재 시장에서 담합이 적발된 만큼, 공정 입찰 질서를 훼손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에스엠화진과 한국큐빅은 2020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현대·기아차가 실시한 차량 내장재 표면처리 사업자 선정 입찰 5건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한 뒤 입찰에 참여했다.
제재 대상은 스포티지, EV9, 싼타페, EV3, 팰리세이드 등 5개 신차종의 차량 내장재 표면처리 입찰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들이 단순한 경쟁업체가 아니라, 수압전사 공법 기준으로 현대·기아차 내장재 표면처리 입찰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 100%를 차지한 사업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실내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 도어 트림, 핸들 등 차량 내장재의 내구성과 미관, 촉감을 좌우하는 표면처리 시장에서 사실상 전부를 차지한 업체들이 경쟁 대신 담합을 선택한 것이다.
담합의 배경도 노골적이었다. 2017년 이후 경영난에 빠졌던 에스엠화진은 2020년 6월 경영이 정상화되자, 현대·기아차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실적 부진을 만회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그간 입찰 물량을 사실상 독점해온 한국큐빅은 경쟁사가 저가 투찰에 나설 경우 낙찰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결국 에스엠화진이 물량 확보를 위해 담합을 제안했고, 한국큐빅이 가격 경쟁 회피를 위해 이에 동의하면서 짬짜미가 시작됐다.
두 업체는 이후 차종별로 ‘나눠먹기’ 방식의 합의를 실행했다. 에스엠화진은 스포티지, EV9, 싼타페, EV3 등 4개 차종의 물량을, 한국큐빅은 팰리세이드 물량을 각각 수주하기로 사전에 정했다.
투찰가격까지 맞춰 실제 입찰에서도 합의한 대로 낙찰 결과가 나왔다. 경쟁입찰의 외형만 갖췄을 뿐, 실상은 낙찰자를 미리 정해놓은 짜고 치는 판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 중간재 분야에서 경쟁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표면처리 공정은 단순 외관 작업이 아니라 차량 내장재의 상품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공정이다.
이런 분야에서 담합이 발생하면 발주사의 비용 부담은 물론 최종적으로 산업 전반의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까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의 의미에 대해 현대·기아차 발주 내장재 표면처리 입찰 시장에서 100% 시장점유율을 가진 업체들 간의 은밀한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중간재·부품 분야의 담합은 우리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불공정행위인 만큼, 향후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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