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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보단 감옥을"…빈곤 청년 유혹하는 ‘알바’라는 이름의 범죄

아시아투데이|최민준|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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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는 범죄로 인한 기대 수익이 노동 시장에서의 기회, 즉 합법적인 소득 활동으로 얻을 이익보다 클지 '합리적'으로 판단해 범행 여부를 결정한다." - 게리 베커(Gary Becker·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최근 청년층이 마주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범죄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 생계형 절도나 우발적 범죄와 달리 사기·디지털 금융 범죄를 비롯해 '범죄 대행'까지 벌어지는 이른바 '고수익 추구형'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는 단편적인 현상을 넘어 뒤틀린 보상 체계와 계층 이동의 경직성이 결합된 구조적 산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년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일회성 범죄에 뛰어들었다가 범죄자 '낙인'이 찍힌 채 영영 사회와 분리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일자리는 사라지고, 범죄자는 늘었다
전체 고용 규모는 증가하는 반면 청년의 상황은 악화되는 청년판 'K자형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공개한 '2026년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고용률은 43.6%로 전체(15~64세) 고용률(69.7%)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2022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체 고용률은 상승한 반면 청년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9%p 하락했다.

특히 청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4만7000명이 줄어 4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20만6000명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년 실업률은 7.6%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역시 전체 평균(3.0%)을 크게 웃돈다.

동시에 청년들의 범죄는 빈번해지고 있다. 대검찰청의 '2025 범죄 분석'에 따르면, 청년 범죄자 발생비(인구 10만명당)는 2021년 3130명에서 2024년 3363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사기 범죄의 경우 21~30세의 비율이 23.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1~40세(18.1%)까지 범위를 넓히자 사기범의 10명 중 4명은 20·30세대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고용 기회와 범죄 행위가 연관성을 가진다는 '범죄 동기유발 효과(Criminal motivation effect)'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고용 기회가 확대되면 범죄의 기회비용이 커져 범죄 유인이 감소하고, 반대로 고용 기회가 축소되면 범죄 유인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발표된 '실업률과 범죄율 간의 인과관계 분석' 논문에 따르면 실업률이 1% 상승할 때마다 절도 범죄율 역시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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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구조 변화…배경엔 상대적 빈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범죄 증가'가 아니라 '범죄 구조의 변화'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생계형 범죄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리는 '한탕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월 200만원 안팎의 불안정 노동과 달리, 불법 영역에서는 시급 50만원을 넘게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합법과 불법 사이의 기대수익 격차는 커지고 있다.

배경에는 상대적 빈곤의 심화가 있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박탈감이 커진데다 부동산·금융자산 상승으로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고착화되며 청년들이 느끼는 '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8.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가 헛구호로 전락한 현실에서 일부 청년들은 "기존의 틀 안에서는 어렵다"는 냉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년 정모씨(27)는 "지옥 같은 지금을 계속 버틸 바엔 돈이라도 벌어보고 감옥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잘못된 생각인 건 알지만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30대 황모씨 역시 "쉽게 큰 돈을 벌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혹할 것 같다"고 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일부 청년들이 범죄 대행을 비롯한 불법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단순 노동 수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걸려도 집행유예 정도 받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라며 범죄를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실업을 넘어 아예 근로 의욕을 상실한 다수의 청년이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볍게 생각하고 범죄에 가담했다가 남은 삶을 전과자로 살아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N포 세대'가 된 '디지털 세대'
디지털 환경은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한다. SNS와 메신저를 통한 범죄 모집은 진입 장벽을 사실상 없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야미바이토'다. '고수익 단기 알바'로 위장해 보이스피싱 전달책, 계좌 대여, 현금 인출 역할 등을 맡기는 방식으로 실제 사건에서는 20대 초범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 대행' 역시 텔레그램 등 디지털 공간을 통해 의뢰와 실행이 이뤄지고 있다. 족적이 남지 않고 점조직으로 운영돼 추적은 불가능에 가깝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들은 손쉽게 사이버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온라인 플랫폼·암호화폐·비대면 거래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범죄 구조상 기술적 실행·계정 생성·자금 이동 같은 실무 역할이 필요한데, 이 수요가 기능을 잘 다루는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취업난과 소득 불안 등 경제적 압박이 결합된 청년들의 시야에, 금세 접근할 수 있는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자주 포착될수록 범죄 대행이나 조직형 범죄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캄보디아 스캠 단지에서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등을 운영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도 대부분 'MZ 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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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범죄의 어머니…'사회 구조 개선' 집중해야"
지금의 문제가 단순 치안 이슈를 넘어선 구조적 병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동일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도 대부분의 청년은 범죄와 무관한 삶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핵심은 빈곤 그 자체가 아닌 특정 조건들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취약성으로 귀결된다. 경제적 압박과 상대적 박탈감, 제한된 계층 이동 가능성, 온라인 환경 특성상 낮은 범죄 진입 장벽 등이 겹치며 일부 개인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청년이 합법적 경로를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보금자리, 자산 형성 기회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범죄의 유혹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사회학전공 교수는 "빈곤은 범죄의 어머니다. 일자리나 교육 문제 겪은 청년이 생계를 위해 범죄에 가담할 가능성 매우 크다"며 "이를 개인의 도덕성과 선택 문제로 봐선 안 되고 사회 구조적 요인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좋은 공교육과 직업 훈련 등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만족스러운 일자리는 공급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주거 복지를 마련하는 동시에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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