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21세기 신(新)사회구성체 논쟁: AI 혁명의 수혜자와 소외자
||2026.04.21
||2026.04.21

1980년대 운동권에 사회구성체 논쟁이 있었다. 주로 사회경제적인 모순 관계를 분석해 다양한 집단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에 기초해 행동 방침을 설정하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21세기도 25년이 지난 지금, 사회경제적 갈등과 모순이 극심해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010년대 중반 이래 AI 열풍이 불었다. 이를 선도했던 것이 엔비디아·오픈AI 등의 IT 기업이었다. 여기에 삼성전자·하이닉스·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 대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한국 사회의 발전을 견인했다.
문제는 이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규모의 부가 국내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불균등·불평등한 구조가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이들 중 대표적인 수혜 집단이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노조가 있는 대기업·공공기관 등의 정규직이다. 연령대로는 대체로 50대 중반 전후이다. 이들은 1억원을 상회하는 연봉을 받고 있고, 그를 토대로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부를 쌓아 올렸다. 또한 사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지위를 자녀 세대까지 계승했다.
불균등·불평등한 분배의 희생자 또는 열패자들은 50대 중후반으로 보면 명예퇴직한 중년이거나 안정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비정규직·자영업자들이다. 직장인들은 명예퇴직하는 순간 연봉과 처우의 급격한 감소를 겪게 되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구조적인 내수 침체에 몰려 존립의 위협을 받고 있다.
또다른 집단은 청년과 노인들이다. 청년들은 경력직 우선 채용과 AI의 급진전에 따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살이나 고독사, 은둔 청년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극적으로 몰락하고 있는 또다른 집단이 노인들이다. 노인들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연금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노후 생계비를 벌충하기 위해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병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극단적인 궁핍에 시달리고, 심지어 자살로 내몰리게 된다.
노인들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역설적으로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난 점이다. 또한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중년 자녀 세대로부터 경제적·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AI의 수혜자, 사회적 승자들은 그들 부모 세대의 소리 없는 고립과 궁핍을 방치하고 있다.
결론을 말한다면 한국은 2010년대 중반 세계적인 차원의 AI 혁명의 수혜자이지만 불평등한 분배구조로 인해 전문직·정규직 등 안정적인 중년 집단 이외에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갈등은 정치적 이해로 대표되는 법이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민주 편에 섰던 집단은 두 개의 세력으로 분화됐다. 김대중·노무현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흐름은 직선제를 민주주의 실현의 1단계로 보고, 2단계 사회경제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이재명 정부의 기본소득이나 부동산 정책 등이 그 연장선 하에 있다.
두 가지 딜레마가 있다. 첫째는 이른바 급진적인 사회경제적 개혁을 제기하는 주요 집단이 가난한 서민이 아니라 급진 인텔리라는 점, 특히 조국혁신당이 그러한데 조국혁신당의 주요 지지층은 고소득·고학력자들이다. 언술과 실제가 다른 것이다.
둘째는 사회경제적 개혁이 자본주의의 틀을 넘어 사회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이는 이른바 민주파가 성장하던 80년대 중반의 운동권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적 성향을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 편에 섰던 또 다른 집단은 직선제가 실현된 조건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경제성장을 하면 된다고 보는 편이었다.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 계통이 그러했다. 이들의 문제점은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던 만큼, 사회경제적 갈등과 모순이 심화하는 상황을 인지할 역량이 부족하고 사회경제적 서사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세 번째, 국민의힘 내부의 극우파들이 있는데 이들은 김영삼~김대중의 흐름을 민주화의 과정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체제 위협·반역의 과정으로 본다. 따라서 이들의 입장에서는 사회경제적인 개혁보다 훨씬 심각한 체제 문제가 선차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개혁은 후순위였다.
두 개의 전선이 있다. 하나는 민주주의 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적 문제이다.
민주주의 전선에서는 이재명 정부와 그 지지자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내 개혁파는 최근에야 김영삼 전 대통령을 호명하며 민주당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민주화 서사를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 문제에서 또 다른 갈등 지점은 국민의힘 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공방이다. 이 공방에서 개혁파는 계엄이 잘못됐다는 초보적 지점에서 대치하고 있다면, 국민의힘 내 강경파는 계엄 자체를 옹호하며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대립이 너무 오랫동안 소모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는 이재명 정부의 독점물로 전화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사회경제적 문제이다. 국민의힘 개혁파의 최대 취약점은 사회경제적 개혁안이 부재하고 현 시기 소외된 집단(청년과 노인, 명퇴자와 자영업자)과 구조적으로 괴리돼 있는 점이다. 위 사회경제적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 일부와 국민의힘 개혁파는 IT 혁명 국면에서 수혜를 입은 AI 혁명의 수혜자들이다.
AI 혁명은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분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분화의 축은 AI 혁명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인데 승자 집단은 정치 사회적 힘을 통해 AI 혁명의 파장을 축소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집단은 AI 혁명의 영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50대 중후반 위너 집단을 정점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분배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50대 중반 위너 집단이 과잉대표되고 있는 정치 지형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다. 혁명이나 개혁은 다른 이가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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