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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무서워 전기차로…중고 친환경차 수요↑

대구일보|서고은 기자|2026.04.16

대구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서고은 기자

“기름값이 계속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전기차로 바꾼 뒤 연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최근 타던 가솔린 SUV를 처분하고 중고 전기차를 구매한 이연우(32)씨는 고유가 시대의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만난 류희정(41)씨도 “한 달에 3천㎞ 정도 운전하는데, 내연기관차를 탈 때는 한 달 기름값이 40만 원 넘게 들었다”며 “전기차로 바꾼 뒤에는 충전비가 10만 원도 들지 않아 체감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중동발 유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기름값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면서 유지비 부담이 큰 내연기관 차량 대신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친환경차를 찾는 수요가 중고차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900원대를 넘어섰다. 대구 역시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운전자들의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15일 오후 대구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았더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중고차 매장의 영업사원 김모(30)씨는 “중동 전쟁 이후 전기차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최근 상담 고객의 80%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찾는다”고 말했다.

중고 전기차는 신차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주행거리가 짧거나 배터리 상태가 양호한 차량은 입고 후 빠르게 판매되는 반면, 연비가 낮은 대형 가솔린 차량은 매물로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김씨는 “신차는 출고 대기 기간이 길다 보니 당장 탈 수 있는 중고 전기차를 찾는 고객이 많다”며 “대형 가솔린 차량 수요는 확실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관심 변화도 뚜렷하다.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은 서영은(37)씨는 “예전에는 차량 가격이 가장 중요했지만 요즘은 기름값이 부담돼 연비와 유지비를 먼저 따져보게 된다”며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우선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고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도 있다. 직장인 박모(35)씨는 “기름값 때문에 전기차를 고민하고 있지만 배터리 성능이 걱정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친환경차 확산 흐름은 뚜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약 22만 대로 전체 신규 등록 차량의 약 13%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전기차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전체 차량 판매의 48%에 달했다고 밝혔다.

대구지역에서도 전기차 보급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지역 전기자동차 등록 대수는 3만6천226대에 달한다. 또 2026년 대구시는 총 4천325대의 친환경차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전기차가 약 8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 기조와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전환 흐름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될 경우 유지비 절감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나면서 중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정세 불안이 소비자들의 차량 선택 기준까지 바꾸며 자동차 시장 변화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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