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이어온 균형의 미학…루이 자도, 부르고뉴를 담았다 [임유정의 글라스 노트]
||2026.04.15
||2026.04.15
예술로 읽는 와인…감각과 상징의 언어
절주·프리미엄 공존…아시아 시장 재편 흐름
네고시앙 기반 확장…부르고뉴 전역 포트폴리오 구축
전 라인업 유지 전략…오크통·숙성 철학으로 차별화

흔히 좋은 와인은 예술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장중한 교향곡을 떠올리게 한다면, 피노누아는 유려한 협주곡처럼 다가온다. 영화 ‘사이드웨이’에서는 피노누아를 재배가 까다로운 품종으로 묘사하며 섬세하고 우아한 특유의 그 특성을 인상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샤도네이는 보다 맑고 정제된 음색으로 펼쳐지는 현악 앙상블처럼, 또렷한 산도와 미네랄감으로 균형 잡힌 구조를 완성한다.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도 화이트 와인 샤블리를 ‘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표현하며, 와인을 이미지와 감각적 비유로 풀어낸 바 있다.
이처럼 와인이 다양한 예술적 비유로 표현되는 배경에는 그 자체가 오랜 시간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해온 역사적 맥락이 깔려 있다. 와인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인간의 삶과 의례 속에 깊이 스며든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와인은 다양한 예술 작품의 주요 소재로 반복돼 왔다. 와인은 시각·후각·미각을 아우르는 감각적 경험을 동반하는 만큼, 이를 표현하기 위한 이미지와 상징이 자연스럽게 축적됐다.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와인 레이블에도 이어진다. 생산자들은 감각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레이블에 상징과 의미를 담아왔다. 루이 자도는 술의 신 ‘바쿠스’의 얼굴을 라벨에 새겨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라벨 만으로도 식별 가능한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실제로 루이 자도는 지역급부터 빌라주, 프리미에 크뤼, 그랑 크뤼까지 4개 레벨 전반에 걸쳐 동일한 기준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024년 빈티지부터 유기농 인증을 적용했지만 브랜드의 기본 디자인 틀은 유지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사와 전통을 축적해온 루이자도가 올해 2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수출 담당 이사 엘리 페레스(Elie Peres)가 한국을 방문해 와인 세미나를 열었다. 루이자도는 두 세기에 걸친 역사를 지닌 프랑스 부르고뉴 대표 와이너리다.
루이 자도는 전 세계 애호가들의 입맛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 프랑스의 미슐랭 별 3개짜리 레스토랑 27곳 중 무려 19군데에서 루이 자도의 와인을 판매한다. 미국의 프렌치 런드리 장 조르쥬 등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4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에 위치한 WSA와인아카데미 ‘루비룸’에서 만난 엘리 페레스는 기자를 향해 “아시아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며 전반적인 주류 소비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절주 트렌드와 젊은 세대의 음주 감소 흐름 속에서도 보급형 주류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같은 환경에서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고, 특히 아시아 등 신흥 와인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검증된 와인’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 확대가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대표 와인 ▲루이 자도 본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우르쉴’ 모노폴 2022 ▲루이 자도 본 프르미에 크뤼 ‘퇴롱’ 2022 ▲루이 자도 본 그레브 프르미에 크뤼 ‘르 끌로 블랑’ 2021 ▲루이 자도, 샤블리 ‘레 바이용’ 프르미에 크뤼 2022 와인이 시음 라인업에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본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우르쉴’은 루이 자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대표 레드 와인이다. 1826년 루이 자도에서 처음으로 매입한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독자적인 모노폴 와인으로, 인위적인 개입을 최대한 배제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다.
맛과 향이 전체적으로 풍부한 편이며 견고한 느낌을 주는 와인이다. 신선한 흙 내음과 섬세한 부케 향이 어우러져 우아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섬세하게 조리한 육류요리,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잘 어울린다. 한국에는 1년에 120병 정도만 수입된다.
화이트 와인은 루이 자도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 바이용이 대표적이다. 파인애플, 리치 등 열대과실, 약간의 허브, 코끝을 자극하는 미네랄 풍미가 느껴진다. 굴, 조개, 가리비 등 신선한 해산물은 물론 염도 낮은 치즈와도 궁합이 좋다. 1년에 360병 정도 수입된다.

◇ 부르고뉴 전역 확장…루이 자도, 네고시앙에서 메종으로 자리매김
부르고뉴 와인 산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네고시앙’이다. 일반적으로 중개상을 뜻하지만, 와인 산업에서는 포도 재배자와 소비자를 잇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특히 부르고뉴는 포도밭이 작은 구획으로 나뉘어 있어, 개별 생산 만으로는 일관된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어렵다. 이 때문에 네고시앙은 여러 생산자로부터 포도나 와인을 확보해 이를 하나의 스타일로 완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현재는 생산자가 직접 와인을 만들고 판매하는 방식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르고뉴 와인의 상당 부분은 네고시앙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루이 자도는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대형 네고시앙이자 와인 하우스로 자리 잡았다.
엘리 페레스는 “부르고뉴 와인은 지난 200년간 재배 기술과 양조 방식, 기후 환경 등에서 많은 변화를 겪으며 전반적인 품질이 꾸준히 향상돼 왔다”며 “과거에는 포도를 충분히 숙성시키는 것이 과제였다면, 최근에는 기후 온난화로 과숙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루이 자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은 와인이 장기 숙성 잠재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와인이 시간이 지나도 구조와 균형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지켜온 것이 결국 소비자에게 ‘품질이 보증된 브랜드’로 인식되는 배경이 됐다”고 부연했다.
루이 자도의 출발은 창립자 루이 앙리 드니 자도의 행보에서 시작된다.
1821년 꼬뜨 도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소규모 와이너리의 세일즈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1826년 결혼과 함께 본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을 상속받은 그는 1859년 ‘메종 루이 자도’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이후 여러 세대를 거치며 부르고뉴 전역에서 포도밭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지역 생산자들과의 계약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지역 단위 와인부터 그랑 크뤼까지 아우르는 생산 구조를 구축하며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메종으로 자리 잡았다.
루이 자도는 “포도원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단지 관리할 뿐”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테루아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양조 방식을 지향하며, 1996년부터는 자체 제작한 오크통을 활용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본(Beaun) 시내에 위치한 루이 자도 본사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한 곳으로 꼽히며, 부르고뉴에서 가장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는 자랑스러워 할 만한 유산이지만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 루이 자도의 경영철학이다.
엘리 페레스는 “부르고뉴 와인의 고급화 흐름 속에서 일부 대형 생산자들은 레조날급 등 접근성이 높은 와인 생산을 축소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루이 자도는 소비자들이 부르고뉴 와인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레조날급부터 그랑 크뤼까지 전 라인업을 유지하며 폭넓게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와이너리에서 오크통 사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항아리 등 다른 용기에 비해 비용이 높아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루이 자도는 1996년 자체 오크통 생산 시설을 설립해 품질을 직접 관리하고, 이를 와인 양조에 활용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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