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 재추진설 솔솔… 예전같지 않은 눈높이에 허들 높아질 듯
||2026.04.09
||2026.04.09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발주자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이미 상장까지 마쳤고, 토스뱅크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제법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했다. 이틈을 비집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가 만만치 않을거란 진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근 제4인뱅 논의가 재점화되며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예비인가에 참여했던 4개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국회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시장의 요구가 성숙했을 때 (제4인뱅)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이 시장의 요구가 성숙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중·저신용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포용금융 전문은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해당 토론회에 참가한 송민택 한영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제4인뱅 재추진은 소상공인 금융 공급 확대, 은행산업 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적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겨냥한 ‘포용금융’ 확대가 재추진의 명분이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과거와 다르다. 단순히 ‘인터넷은행을 하나 더 늘리는 방식’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미 기존 3개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32.1%, 케이뱅크 32.5%, 토스뱅크 34.9%로 모두 목표치(30%)를 웃돌았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포용금융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자본력과 성장을 보장하는 사업모델도 중요하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건전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터넷은행 3사 역시 보증서나 담보를 기반으로 한 비교적 안정적인 대출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은행업 특성상 자본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신규 진입 업체라 해서 허들을 낮춰줄 수는 없는 일이다.
리스크 관리 요구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토스뱅크의 환율 산정 오류 사례에서 드러났듯 디지털 은행일수록 전산 안정성,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체계가 핵심 심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혁신성’보다 자본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중론’과 함께 제4인뱅 인가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예비인가 무산의 배경에도 자금조달 안정성과 사업 모델의 실현 가능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다.
해외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1억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한 디지털 은행인 브라질의 누뱅크(Nubank)의 경우, 금융이력 부족층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며 포용금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방대한 데이터 축적과 이를 활용한 신용평가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누뱅크는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신용카드와 개인대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국 사례는 포용금융이 특정 은행의 역할을 넘어 제도와 인프라 설계가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영국은 ‘기초 은행 계좌(Basic Bank Account)’ 제도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고 있다. 이 계좌는 신용 점수가 낮거나 금융 이력이 부족해 일반 계좌 개설이 어려운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최소 기능 계좌로, 주요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제공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논의는 기존 은행의 보수적 관행을 깨려는 취지에서 출발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은행업에서 자본력과 건전성은 필수 요소인 만큼 이를 훼손하면서까지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과 리스크 관리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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