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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 줄 테니 나가주세요”… 다주택자, 이사비에 위로금 얹어 퇴거 설득

조선비즈|김보연 기자|2026.03.19

일러스트=챗GPT DALL·E3
일러스트=챗GPT DALL·E3

30대 이모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구해 거주 중이다. 그런데 입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았다. 집주인은 양도소득세 중과 부담 때문에 주택을 내놨고 매수 희망자가 즉시 입주를 요구한다며, 이사비와 위로금 1000만원을 줄 테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이씨는 고민 끝에 새 전셋집을 알아본 후 퇴거 확약서를 썼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씨와 같이 갑작스러운 퇴거 요청을 받은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세금 부담에 어떻게든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집주인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사비에 위로금까지 얹어 세입자의 퇴거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19일 중개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계약 만기 전 주택을 서둘러 처분하려는 집주인들과 계약 갱신을 염두에 뒀던 세입자들 간 갈등이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는 빨리 주택을 팔기 바빠 세입자의 상황을 고려할 여유가 없고, 세입자 입장에선 하루아침에 살 집이 사라지게 돼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종료 때까지 새 집주인(주택 매수자)의 입주를 미룰 수 있도록 했으나, 대출 규제 등의 이유로 주택 취득과 동시에 실거주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세입자가 이미 주택을 담보로 전세대출을 받았을 경우, 매수자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규제 지역 40%)를 적용한 대출 한도에서 전세금을 뺀 차액만큼만 후순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대출이 안 나와 세입자 퇴거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집주인이 살던 집을 팔고 임대주택에 들어와 살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북구 길음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 실거주 시엔 세입자가 계약 갱신권을 청구할 수 없다. 주택 임대차 계약 종료 확인서와 같은 서류도 필요 없어 세입자를 내보내기 더 수월해 실거주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도 꽤 된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주택 매수 시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서와 임차인 퇴거 확약서 등을 함께 구청에 제출해야 한다.

쫓겨날 상황에 처한 세입자들은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거나 집을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엔 “집주인 전화 안 받고 집 보여 달라는 문자도 안 읽고 있습니다” “버티면 됩니다. 집 안 보여줘서 안 팔리면 더 이득 아닌가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날벼락을 맞은 세입자 입장도 이해는 가나, 집주인은 물론 중개사 연락도 거부하는 이들도 꽤 된다”며 “현행법상 임차인이 집을 보여줄 의무는 없기 때문에 결국 이사비로 원만한 합의를 보는 게 최선이다. 최근엔 집주인이 2000만원을 세입자에게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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