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젠슨 황, GTC 2026서 ‘공개 구애’ 속내는… 삼성·SK 묶고 TSMC 견제
||2026.03.19
||2026.03.19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에서 보인 파격적인 행보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삼성 최고”를 외치고,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완벽하다”며 하트를 그려준 장면은 이벤트를 넘어선 메시지였습니다. 겉으로는 파트너사를 향한 찬사였지만, 실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힙니다.
이 같은 ‘공개 구애’의 배경에는 AI 성능의 결정권이 연산 칩(GPU)에서 메모리로 이동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데이터 병목을 해소할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권력의 축이 점차 메모리 업체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젠슨 황의 ‘스킨십 경영’은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의 ‘치킨 회동’부터 이번 부스 투어까지, 그 중심에는 빅테크들의 ‘엔비디아 의존도 축소(ASIC 개발)’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고객사가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자, 설계는 분산되더라도 핵심 부품인 HBM 공급망은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엔비디아의 경쟁사 AMD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한국을 방문해 네이버와 삼성전자를 잇달아 찾으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 확보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이 한국 메모리·제조 생태계를 중심으로 공급망 확보에 나서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엔비디아의 ‘이중 전략’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 공급망 내에서 가장 높은 수율과 기술 신뢰도를 확보한 핵심 파트너입니다. 황 CEO가 “완벽하다”고 표현하며 친밀한 제스처를 보인 것은 현 시점의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반면 삼성전자를 향한 메시지는 ‘확장과 견제’의 성격을 동시에 담고 있었습니다. 황 CEO가 HBM4(6세대 HBM)뿐 아니라 삼성 파운드리의 AI 칩 ‘그록’ 웨이퍼에도 직접 서명한 점이 그 예입니다. 이는 메모리를 넘어 제조 영역까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신호이자,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 병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삼성을 부각시킨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삼성의 ‘턴키(Turn-key)’ 역량을 활용해 공급망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입니다.
결국 젠슨 황의 공개 발언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공급망을 분산시키고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를 활용해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행보입니다.
GTC 2026은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공급망 장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됩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간 결합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조차 한국의 메모리·제조 역량 없이는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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