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 속에서도 화장품 로드숍 1세대 브랜드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브랜드들은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은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들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다. 11일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9억원을 내며 전년보다 약 27% 증가했다. 해외 수출과 온라인 채널 확대 전략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토니모리 역시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로 전성기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매출 2203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4.5%, 15.8% 성장했다. 2020년 매출이 1135억원까지 급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의 반등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도 로드숍을 축소하는 대신 글로벌 캠페인과 신제품 글로벌 동시 출시 전략 등을 추진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16% 급증했다.
화장품 로드숍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다. 가성비 소비 트렌드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맞물리며 명동과 강남,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장이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 감소와 CJ올리브영 등 온라인·H&B스토어 확산이 겹치면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위기에서 로드숍들이 다시 반등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해외 시장'이다. 한류 확산으로 높아진 K뷰티 인지도를 활용해 글로벌 수요를 직접 공략한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에이블씨엔씨는 해외 집중 전략의 결실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직영 매장을 과감히 철수하고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철수 과정에서 일시적 비용은 발생했지만,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68%를 차지하며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브랜드 '미샤'는 지난해 미국 내 라이징 뷰티 브랜드 메이크업 부문 1위에 올랐으며, 미국 법인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258% 성장하며 법인 설립 이래 최대 기록을 쓰기도 했다.
토니모리도 실적 반등의 비결을 "글로벌과 신규채널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63개국에 진출한 토니모리는 지난해에만 홍콩 18호점 개점, 울타뷰티 멕시코 첫 입점, 호주 드럭스토어 프라이스라인 430여 개 매장 입점 등 글로벌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2.7% 증가했으며, 해외 매출 비중도 30%대로 올라섰다.
반면 네이처리퍼블릭은 여전히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일찍이 미국 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했으나 성장은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673억원으로 전년 동기(875억원) 대비 약 23.1% 감소했으며, 약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유지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온라인과 해외 드럭스토어로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는 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구조조정이 지연된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 미국 법인(NATURE REPUBLIC USA, INC.)은 결손 누적으로 지분변동 인식이 중지될 정도로 재무 부담이 커진 상태다. 수출 실적 역시 감소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액은 297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약 13% 줄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은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2023년 36.9%에서 지난해 3분기 44.2%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