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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정통합 시대, 지방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아시아투데이|김동민|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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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인구감소와 산업 생태계 해체, 청년층 유출이라는 위기 속에서 행정통합이 지방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인접 광역단체를 묶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은 지방의 위기를 타개할 정책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행정통합이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 행정통합이 지방의 회생을 보장할 수 있는가.

지방의 위기를 행정구역의 규모나 행정 효율의 문제로만 설명하는 것은 피상적인 접근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정치의 활력 부족, 그리고 민주적 역동성의 약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적 해법도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할 정책적 상상력과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토양, 즉 건강한 지방정치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방정치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많은 지역에서 지방선거는 치열한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투표 전부터 결과가 예측되는 요식 절차로 인식되곤 한다. 특정 정당의 장기 우위 구조 속에서 정치적 다양성은 약화되었고, 유권자는 형식적인 선택권만 행사할 뿐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체감하기 어렵다.

권력구조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단체장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반면, 이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는 인사권과 예산통제력 면에서 여전히 제약이 크다. 특히 단체장과 의회 다수당이 같은 정당일 경우,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작동하기 어렵다. 지방정치의 주권자로서 권력을 감시해야 할 주민 참여 역시 빈약하다. 참여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활용은 제한적이며, 주요 정책은 여전히 행정 중심으로 설계되어 집행되곤 한다.

이러한 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채 행정통합만 추진된다면, 행정 단위는 커지지만 주민과 권력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질 수 있다. 통합을 통해 행정 효율성과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대표성과 참여가 함께 강화되지 않는다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행정통합 논의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방정치의 기반 강화가 필수적이다. 지방선거가 실질적인 선택의 장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단체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주민이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는 가운데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정치의 활력을 되살릴 중요한 분기점이다. 다양한 정치세력과 지역 의제가 등장할 수 있도록 중대선거구제 확대, 비례대표성 강화, 지역 기반 정치세력의 진입 장벽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주민들이 서로 다른 비전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넓어질 때, 지방정부도 지역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낼 수 있다.

행정통합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지방의 미래는 행정의 크기를 키우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의 역동성을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정치적 다양성과 건강한 견제가 살아있는 정치가 복원될 때 지방의 새로운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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