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에 숨고 사이렌 소리에 두려웠다”… ‘중동 전쟁’ 속 35명 무사 귀국
||2026.03.05
||2026.03.05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 입국장 자동문이 열리자 여행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현지에서 전쟁 상황을 겪다 가까스로 귀국한 하나투어 패키지 관광객들도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머물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폭발음과 함께 미사일 경보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표정은 공항 바닥을 밟는 순간 조금씩 풀렸다. 입국장 곳곳에서는 “살아서 돌아왔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들 관광객 35명은 전날 두바이 공항을 출국해 대만 타이베이를 경유해 대한항공 KE2022편을 타고 이날 오후 3시 48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나온 이들은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아내와 함께 두바이 여행에 나섰던 김재성(69)씨는 “새벽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를 떠나는데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정말 무서웠다”며 “운항 경로를 나타내는 창을 계속 보다가 인도를 지날 때 쯤에야 안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두바이와 아부다비 관광을 위해 출국한 패키지 여행객들이다. 사막 투어 등을 마친 뒤 당초 이달 2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항공편이 잇따라 취소돼 현지에 발이 묶였다.
관광 도중 폭격 상황을 직접 겪기도 했다. 아부다비의 한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인근에서 폭탄이 떨어지면서 약 1시간 동안 건물 내부에 몸을 숨겨야 했다.
체류하던 두바이 호텔은 이란의 보복 공격 지점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긴장감은 이어졌다. 구급차 사이렌과 경보음이 밤새 울려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고 한다. 딸과 함께 두바이에 갔던 문미향(57)씨는 “혹시 돌아오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며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매일 뉴스만 보며 전전긍긍했다”고 했다.
이학중(66)씨는 “퇴직하고 아내와 함께 두바이 여행을 간 건데, 창문 밖으로 폭탄 터지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안전할 줄 알았는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왜 갔느냐’라고 나무랐다”고 했다.
모두투어 패키지 여행을 갔던 39명도 이날 오후 두바이에서 타이베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모두투어 패키지 관광객 39명도 이날 오후 두바이에서 타이베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여행사들이 대체 항공편을 마련하면서 일부 관광객이 귀국길에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노랑풍선 등 여행사를 통해 중동 여행에 나섰던 관광객 300여 명이 두바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일부 항공사가 운항을 재개했지만 항공권을 구하기 쉽지 않고, 확보한 항공편마저 취소되는 일이 잦은 상황이다.
딸과 함께 이날 두바이에서 귀국한 김연숙(65)씨는 “한국에 돌아오니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다”면서도 아직 현지에 남아있는 이들을 걱정했다. 김씨는 “(두바이에서) 출국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남은 사람들이 있어 좋아하지도 못했다”며 “서로 ‘걱정하지 말아라’ ‘무사히 돌아오시라’하고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정부는 중동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신속하고 안전한 철수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길 바란다”며 “군용기와 전세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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