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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가 판 가른다” 삼성·SK하이닉스 주도권 경쟁 2라운드

IT조선|변상이 기자|2026.03.0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경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6세대 HBM4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챗GPT
/ 챗GPT

HBM은 2013년 상용화 이후 그래픽용·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으로 대규모 학습 수요가 폭증하면서 핵심 메모리로 급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HBM 적층 기술과 TSV(실리콘관통전극) 공정 안정화에 집중해 왔다. HBM3와 HBM3E 세대에서 엔비디아 AI 가속기 물량을 대거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했다. HBM 판매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업황 반등 국면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 점유율 1위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도 HBM 초기 대응에서는 다소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증 일정과 양산 시점에서 격차가 벌어지며 단기 점유율 경쟁에서는 밀렸다.

다만 삼성전자는 단기 점유율보다 구조적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HBM은 단순 적층 D램이 아니다. 설계·TSV 공정·발열 제어·첨단 패키징·로직 칩과의 인터페이스 최적화가 결합된 종합 시스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첨단 패키징 역량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 AI 칩이 향후 메모리·로직·패키징이 통합된 모듈 형태로 진화할 경우 수직계열화 구조는 협상력과 기술 통합 측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발표한 4분기 실적이 HBM 시장 확대에 불을 지폈다. 엔비디아는 4분기 681억3000만달러(약 9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약 93조원)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또 엔비디아의 지난해 연매출은 285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데이터센터 부문이다. 해당 부문 매출은 89조원으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차세대 AI 칩 ‘블랙웰’이 본격 공급되면서 빅테크 기업의 선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블랙웰 세대는 이전 제품 대비 HBM 탑재 용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HBM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업계는 HBM4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HBM4는 적층 수 확대와 인터페이스 고도화로 기술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발열 관리와 수율 안정화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HBM3E까지는 선점 효과가 중요했다면 HBM4부터는 설계 역량과 공정 통합 능력·고객사와의 공동개발 경험이 주효해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 여력과 공정 전환 속도를 무기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수율이 안정화될 경우 단기간 내 공급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거론된다.

변수도 존재한다. HBM 수요가 늘어도 첨단 패키징(CoWoS) 공정 병목이 지속될 경우 실제 출하량은 제한될 수 있다. 양사 모두 공격적 증설에 나서고 있는 만큼 수요 증가 속도와 공급 확대 속도의 균형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3E까지는 선점한 기업이 유리한 구도였지만 HBM4부터는 기술 완성도와 고객 맞춤형 설계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며 “SK하이닉스가 앞서 있지만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와 수직계열화 구조를 바탕으로 판을 뒤집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AI 수요가 얼마나 장기적으로 이어지느냐, 누가 안정적으로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라며 “HBM 시장의 2라운드는 이제 시작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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