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맛집’ 된 국회 토론회, 법은 보좌관이 만드나 [기자수첩-ICT]
||2026.03.03
||2026.03.03
의료 현안부터 중증·희귀질환 제도 개선까지
국회 토론회에 모인 절박한 목소리
계속되는 현장의 성토…책임 있는 응답은 없다

국회의원들이 생활하고 정책을 만드는 공간인 국회는, 제도의 불합리함을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가장 자주, 가장 직접적으로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절박한 외침은 매일 같이 국회 앞에 울려 퍼진다.
최근 국회에서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성분명 처방, 돌봄통합지원법 등 의료계 주요 현안부터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제도 개선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직접 나서 현장의 한계와 제도의 공백을 짚는 자리로, 정책 직접적인 수요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에게도 중요한 취재 현장이다.
토론회 하나를 준비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2~3명의 의료 전문가가 주제 발표를 맡고, 많게는 8명에 이르는 패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현장을 정리해 온다. 진료실과 연구실, 일상을 비워가며 준비한 자료에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들에게 토론회는 단순한 의견 개진의 자리가 아니라, 제도를 스스로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거의 유일한 공식 통로다.
그러나 정작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은 자주 보이지 않는다.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은 개회 인사를 던지고 단체 사진만 찍은 채 자리를 뜬다. 토론이 깊어질 시점에 현장에 남아 있는 이는 보좌관과 비서관 등 의원실 관계자들 뿐이다. 정책을 만드는 권한은 의원에게 있지만, 논의를 ‘듣는 역할’은 보좌진에게 맡겨진 구조다. 현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보좌관이 입법을 추진하는 주체인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의원님이 계실 줄 알고 오늘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자리에 안 계셔서 아쉽지만, 자리에 계신 의원실 관계자 분이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의원님께 전달해주시길 바랍니다.”
한 패널은 토론회 도중 이렇게 말했다. 그 말에는 실망을 넘어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 묻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발표자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국회에서 열리는 수많은 토론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현장의 절박함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면, 최소한 법을 만들고 고칠 권한이 있는 자는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매일 토론회는 반복되고, 의원의 부재 역시 계속된다.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공간’이 아닌 절박함이 형식적으로 소비되는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최근 한 의료 관계자는 “정치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는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치인이 없는 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국회에서 쏟아진 절박한 이야기들은 누구의 책상 위에 쌓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사라지는 것일까. 우리가 마주하는 정책이 과연 현장에서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회의실을 비운 채 만들어진 결과물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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