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으로’ 스포츠 함성 집어삼킨 총성 [기자수첩-스포츠]
||2026.03.03
||2026.03.03
이란 축구대표팀, 미국서 치르는 월드컵 불참 시사
정치적 이유로 각종 스포츠 일정 취소 및 일정 변경

중동서 울려 퍼진 총성이 스포츠 경기장 안의 공마저 멈춰 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여파가 스포츠계에 깊은 균열을 남기며, 정치와 스포츠의 불편한 동거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란 축구대표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불참 가능성이다. 월드컵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다. 선수들에게는 인생을 건 무대이며, 국민에게는 분열된 현실 속에서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희망의 상징이다. 그래서 ‘지구촌 축제’로 불린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흘려온 땀과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란축구협회장이 직접 “미국의 공격으로 월드컵 참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 하필이면 이란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장소 자체가 공동 개최국인 미국이라는 점은 이란 선수들에게 비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륙별 클럽 대항전인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서아시아 지역 경기가 전면 취소되면서 알 힐랄, 알 나스르 등 호화 군단을 앞세운 클럽들의 행보가 멈췄다.
유럽과 남미의 자존심이 맞붙는 ‘피날리시마 2026’ 역시 개최지인 카타르 도하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리오넬 메시와 라민 야말의 세기적 맞대결을 고대하던 축구 팬들의 염원은 전쟁의 공포 뒤로 밀려났다.
여기에 중동의 허브인 UAE 두바이 공항마저 폐쇄되며 이곳을 통해 경유하려던 선수들의 발이 묶였다.

그동안 스포츠는 정치와 선을 그으려 애썼다. 특히 냉전 시기 올림픽과 월드컵은 서로 다른 체제의 국가들이 총 대신 공으로 경쟁하려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정치적 이해관계는 끊임없이 스포츠를 흔들었고,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들과 팬들이었다.
21세기 문명 사회에 접어들어서도 ‘총성’이 ‘함성’을 압도하는 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스포츠가 가진 힘은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로 묶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언어, 문화,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규칙 아래 경쟁하며 이해와 존중을 배우는 과정이 바로 스포츠다.
선수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지도, 전쟁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무대에 설 기회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중동에서의 전운은 스포츠가 애써 만든 화합의 연결을 끊고 다시 벽을 세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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