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만난 조만영 가온플랫폼 대표이사는 "IT 업무는 시간 투입으로 산출물이 바로 늘지 않는다. 컨디션과 성과물 중심으로 KPI(핵심성과지표)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가온플랫폼은 2019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다. AI 기반 솔루션과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통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장시간 근무보다 집중도와 사고의 깊이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판단 아래 근무 체계도 이에 맞춰 설계했다.
가온플랫폼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 논의와 별개로 주 35시간 근무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현재 기본 근로시간은 1일 7시간씩 주 5일이다. 출근 시간은 오전 7~10시 사이에서 자율 선택하도록 했고, 근무 시간대는 7~16시, 8~17시, 9~18시 중 고를 수 있다. 점심시간은 2시간으로 운영하며 연차는 2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사고가 필요한 일일수록 여유가 필요하다"며 "생각할 시간이나 가정에 충실할 여유가 안정돼야 업무 몰입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시차출퇴근제의 '눈치' 문제와 관련해선 "리더부터 활용을 독려한다"며 "맞벌이 가정에서 어린이집 휴원 같은 돌발 상황이 생기면 남성들도 휴가를 내거나 출근을 늦추는 방식으로 육아에 참여하면서 제도가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 2시간은 직원들이 체감하는 변화로 꼽힌다. 조 대표는 "운동을 하거나 샤워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병원·은행 등 생활 업무를 보기에도 시간 폭이 있다"며 "이런 편의가 만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초기 1년은 기존 방식으로도 운영했지만, 점심이 빠듯하면 회의 준비까지 겹쳐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며 "여유를 주면 준비가 탄탄해지고 결과물의 질도 올라갈 수 있다고 판단해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우려에 대해선 '정착 과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긍정적 변화를 언급했다. 조 대표는 "고객 요구를 더 정확히 분석할 시간이 확보되며 불필요한 재작업이 줄었고, 계획과 의사소통이 정리되면서 불필요한 회의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직원 역시 회사의 '내부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외부 고객과의 약속만큼 구성원과의 약속도 중요하다"며 "신뢰가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근무 자율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 체계 때문에 간단한 의사결정이 3~4일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긴급 상황은 소통방에서 선보고 후 먼저 진행하도록 프로세스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가온플랫폼의 이러한 근무 환경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가온플랫폼은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2025년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조 대표는 "시간을 강제로 늘린다고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다"라며 "회사와 구성원 간 신뢰,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함께 가야 성과가 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