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철회도 못 하고"…현대차, 美 관세 위법 판결에도 ‘속앓이’
||2026.02.23
||2026.02.23
美 연방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
자동차·반도체 등 품목관세는 해당 없어
車 관세 15% 유지…향후 품목관세율 높일 가능성 ↑
美 관세 피하려 투자했는데…관세 부담 더 커질 듯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에 제동이 걸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지위도 형식적으로는 복원됐고, 전 세계를 뒤덮었던 관세 전쟁 역시 원점에서 재정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품목관세인 '자동차 관세'의 경우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조치를 압박하고 나선 만큼 현대차그룹의 속앓이는 계속될 예정이다. 게다가 이미 260억달러(한화 37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만큼, 투자 조정도, 추가 압박 회피도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연방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상호 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본 1·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법원은 IEEPA가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조치 법률인 만큼, 이를 일반적인 무역분쟁에 적용한 것은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상호관세로 인해 효력이 옅어졌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지위가 복원되고, 전 세계를 뒤덮었던 '관세 전쟁' 역시 원점에서 재정비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2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새로운 관세 구조 하에서 한국은 FTA를 통한 MFN 관세 면제 효과를 누릴 수 있게돼 경쟁국 대비 가격 우위를 일부 회복할 여지가 생겼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을 최대 시장으로 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그간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왔던 관세는 이번 위법 판결의 대상이 된 '상호관세'가 아니라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부과된 '품목관세'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만을 무효화했을 뿐, 품목관세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당장 현대차그룹이 부담하는 15%의 자동차 관세율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관세 수입이 줄어든 데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압박감이 커진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 조치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들어 전세계에 '글로벌 관세'라는 명목으로 15%의 관세를 즉각 시행하며 반격에 나섰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에게 크고 심각한 무역적자를 최대 15%의 관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권한으로, 국가별 차등이 불가능하고 150일간만 적용할 수 있다. 이에 향후 미국 무역법에 흩어진 조항을 조합해 글로벌 관세와 동일하거나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플랜B'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관세 집착'이 품목관세를 볼모로 확대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상호관세 수준의 효력을 가진 새로운 관세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품목관세를 지렛대로 활용해 한국 기업의 추가 투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품목관세의 근거가 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는 관세율 상한선에 제한이 없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미 무역협상에서 협의된 15%의 자동차 관세를 다시 25%로 되돌릴 가능성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는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특성상, 현대차그룹으로선 관세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약속했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당장 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백악관을 직접 방문해 미국에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내 들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대미 투자 계획을 260억 달러(한화 약 37조5000억원)까지 높여잡으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지속 피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동시에 미국 정책 변화에 더욱 깊이 종속되는 구조가 된다"며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했지만, 그 투자가 또 다른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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