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옛 기획재정부에서 갈라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각각 다른 '국가 장기 비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재경부는 광복 100주년인 2045년을 목표로 경제 대도약에 초점을 둔 '국가 대도약 2045'를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혁신 성장과 대외 경제, 국민 균형 성장, 민생경제, 구조 혁신 등 5개 분야별로 어젠다(의제)를 발굴하고 있다. 현 정부 임기 내 실행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 재경부 마스터플랜의 특징이라고 한다. 경제성장을 중심축으로 하되 인구·노동·교육 등 사회 전반도 아우르고 있다.
반면 기획처는 장관 자문 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잡은 '미래 비전 2050'을 마련 중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가 제시했던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인구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 달성, 인공지능(AI) 대전환, 양극화 완화, 지역 불균형 완화 등 사회 전 분야를 주제로 2030년 중기 목표와 2050년 장기 목표를 각각 세우고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몇십 년 앞을 내다보고 국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마스터플랜을 두 정부 부처에서 따로 추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전에 담기는 정책 의제도 중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국가 자원의 효율적 실행이 가능할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난 지난해 정부 조직 개편의 후유증이 본격화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재경부와 기획처로 나뉜 두 부처가 사실상 정책 의제 선점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옛 기획재정부는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리며 재정·세제·예산 등 핵심 정책수단을 한 손에 쥐고 한국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기재부를 잇는 재경부는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에서 예산 권한을 기획처로 넘겨주는 대신 금융위원회에서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넘겨받을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무산됐다.
이로 인해 재경부의 경우 실행력 있는 정책 수단이 세제 하나만 남았다고 평가됐다. 각 부처의 상충하는 목표와 부처이기주의를 조율하고 견제하려면 예산권이 중요한데, 이를 기획처로 넘겼다. 이를 대신해 받기로 한 금융정책 권한까지 금융위에 남았다. 이러니 재경부가 명색만 경제부총리 부처이지, '종이호랑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대표되는 경제안보 환경 급변과 AI 시대의 불확실성이 겹친 요즘이다.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경제 국가도 민간까지 동원하는 경제 중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한 정부, 두 장기비전'은 정부에 대한 신뢰까지 좀먹는,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두 부처는 최소한 비전의 시한을 일치시키고 초점은 나누는 역할 분담을 통해 국력을 집중할 수 있는 장기 계획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