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팹리스, 슈퍼사이클 ‘소외’…22곳 중 14곳 적자
||2026.02.22
||2026.02.22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 실적 부진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정비 상승 속에 중국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면서 적자 구조가 고착했다. 폭넓은 실증과 초기 수요 창출 등 지원책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본지가 국내 주요 팹리스 상장 기업의 2025년 영업이익(잠정 기준)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2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14곳(약 64%)이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상위 30개사 가운데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파두(-617억원), 넥스트칩(-129억원), 하이딥(-104억원), 아이씨티케이(-87억원), 사피엔반도체(-43억원), 이미지스테크놀로지·알파칩스(-20억원)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이 장기화됐다.
2024년 흑자였다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기업도 7곳에 달했다. 삼성전자 공식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인 가온칩스는 35억원 흑자에서 167억원 적자로 실적이 급락했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는 49억원에서 -62억원, 자람테크놀로지는 4억원에서 -7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 1위 기업인 LX세미콘은 적자는 아니지만 2024년 대비 영업이익이 30% 넘게(약 582억원) 감소했다.
적자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2025년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주요 상장사 중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아이언디바이스, 라닉스, 퀄리타스반도체 등 4곳은 앞서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고정비 상승과 가격 협상력 약화가 동시에 나타난 점을 부진 원인으로 지목한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전자설계자동화(EDA) 도구 라이선스 비용과 연구개발(R&D) 인건비가 구조적으로 증가한다. 반면에 중국 칩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면서 경쟁 강도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수요 폭증과 공정·패키징 기술 난도 상승으로 파운드리 단가가 오르는 가격 인상 기조까지 겹치며, 팹리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은 나빠졌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처럼 R&D 실증을 많이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의 R&D를 연결해 제품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경쟁력을 갖춰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원에 나선 상태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1분기부터 'M.AX(제조 AI 전환)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개발-실증-양산-확산' 전주기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 국산 AI 반도체 초기 수요 창출이 골자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M.AX 얼라이언스 내 반도체 제조지원 TF를 구성해 시제품 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생 파운드리 구축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팹리스는 자체 생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뜻한다. 가전·IT기기·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칩을 설계한 뒤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고, 완성된 칩을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다. 엔비디아, 퀄컴, AMD가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