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여객기는 ‘노후기’로 따로 관리하는데 … 군은 30~40년 된 헬기·전투기 똑같이 관리
||202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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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군 코브라 헬기가 비행훈련 중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군의 안일한 노후 기종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여객기는 20년이 넘으면 국토교통부로부터 ‘노후기’로 지정돼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 군인들이 타는 헬기·전투기는 30~40년이 돼도 별도 관리 없이 운항되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와 육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경기 가평군에서 코브라 헬기(AH-1S) 비행훈련 중 조종사 2명이 사망한 사고의 원인을 두고, 헬기의 ‘노후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헬기는 1991년 도입돼 4500시간의 누적 비행시간을 기록한 기체다. 엔진을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아 엔진 추력이 크게 감소한 상태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미국에서는 이미 퇴역한 기종으로, 더 이상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다. 해당 헬기 기종이 아직 몇 대 남아 있는지는 기밀 사항이라고 군은 밝혔다.
코브라 헬기가 이상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9월에 훈련 중이던 코브라 헬기 1대가 이륙하던 중 주회전 날개가 분리돼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후 헬기 사고로 군인들이 순직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16년 2월 강원 춘천에서는 UH-1H 헬기가 추락해 3명이 숨졌다. 당시 43년 된 노후 헬기는 제자리비행 중 급상승한 뒤 전복되면서 추락했다. 유압장치의 작동 불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8년 2월에는 경기 양평 용문산 인근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UH-1H 헬기가 추락해, 7명이 사망했다.
일부 항공·군 관계자들은 국내 방산업체의 국산 헬기 개발이 지연되며 육군이 무리하게 헬기를 운항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5년부터 코브라 헬기와 500MD ‘토우’ 등 노후 공격헬기 총 180대를 국산 소형무장헬기(LAH)로 교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을 진행했다. 군은 이 기종들을 2021~2027년 퇴역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LAH 사업이 늦어지면서 교체 계획도 미뤄졌다. LAH는 한국항공우주(KAI)에서 개발, 생산한다.
군 헬기 운항 경험이 있는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노후 헬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라면서 “큰 사고가 나거나,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날 때만 반짝 주목받을 뿐이지 이를 관리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육군 차원에서 노후 헬기를 관리하는 체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든 헬기와 함께 주기적 관리를 할 뿐 노후 기종에 대한 면밀한 관리는 없다는 것이다.
사고 헬기는 당일 아침에도 비행 전 점검을 받았다. 정기·주기 검사도 매뉴얼에 따라 시행됐고, 그 결과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체적인 추락 경위와 교신 내용, 고도와 엔진 출력 상태 등은 현재 중앙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 사고 기종은 운항이 중지됐다”면서 “원래 2028년부터 퇴역이 예정된 기종으로, 노후 헬기를 따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했다.
공군의 노후 전투기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한국형 4.5세대 전투기 KF-21이 도입되기 전까지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운용되고 있는 F-5, F-4(팬텀)가 대표적이다.
이 기종들은 도입된 지 40~50년이 지났다. F-5는 2000년 이후에만 12대 이상이 추락했다. F-4는 대부분 퇴역할 때까지 엔진 고장이 잦아 조종사들이 불안감을 안고 조종간을 잡았다고 알려져 있다. 2000년 이후 F-5, F-4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만 17명에 달한다. KF-21은 올해부터 양산된다.
이는 일반인이 타는 여객기 관리와는 크게 비교된다. 생산 후 20년이 지난 경년 여객기는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세밀한 감독을 받는다. 감독관들이 경년 여객기 별도의 점검표를 가지고, 더 많은 항목을 확인한다.
또 일반 여객기에서는 생략되는 기체 골격 균열, 부식 여부도 점검한다. 점검 시간도 3~4일로 일반 여객기(2일)보다 길다. 경년 국적 항공기는 지난해 말 기준 67대로, 전체(441대)의 15% 수준이다. 최근 고효율 기종으로 대거 교체되면서 그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 자체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고효율 기종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라면서 “부처에서는 경년 항공기에 대한 특별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2일 순직한 헬기 조종사 고 정상근 준위, 고 장희성 준위의 영결식은 지난 12일 국군수도병원에서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엄수됐다. 같은 날 오후 봉안식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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