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읽으려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 지귀연 판사의 말, 이 드라마 대사?

조선비즈|손덕호 기자|2026.02.19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 역할을 맡은 김혜수.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 역할을 맡은 김혜수. /넷플릭스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은 한국에서 서양 속담으로 알려져 있는데, 2023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 대사로 등장해 유명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軍)을 보내 봉쇄한 것 등이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장 지 부장판사는 “피고인 윤석열 및 그 변호인은 비상계엄 선포는 사사건건 무리한 탄핵과 예산 삭감 등 정부의 발목을 잡아 반국가 세력이나 다름없게 돼 버린 국회에 대한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비상계엄은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법원의 판단으로는, 어떤 일을 행한 동기나 이유, 명분과 그 목적을 혼동해 하는 주장으로 보인다”며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하였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別論)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군(軍)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는 “위와 같은 동기나 이유 때문에 피고인 윤석열, 김용현이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해 국회의 활동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라면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 병력 출동 및 국회 봉쇄 시도 등의 행위에 나아간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명백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 '소년심판' 중 한 장면.
드라마 '소년심판' 중 한 장면.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대사가 등장한다. /배우 김혜수 팬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국내 기독교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관용적 표현이다. 좋은 목적이 있더라도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2023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 등장한다.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학교 교무부장이 주도해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집안이 좋은 학생 23명이 연루돼 있었다. 재판을 담당하는 부장판사(배우 이성민 분)의 아들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

주인공 판사(배우 김혜수 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수단이 타락하면 목적 또한 오염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가 소년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에 방해되지 않도록 아들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하자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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