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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위기론’에도 AI 중심 전략 통했다… 피그마·캔바 성장 가속

조선비즈|이재은 기자|2026.02.19

딜런 필드 피그마(Figma)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피그마 제공
딜런 필드 피그마(Figma)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피그마 제공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에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AI를 적극 활용한 일부 기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투자 심리를 되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그마, 캔바 등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챗GPT·클로드와 같은 AI 플랫폼에 사용자들이 손쉽게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디자인 협업 도구를 개발해 탑재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AI를 등에 업고 차별화를 꾀하는 일부 기업이 성장 궤도에 올라서면서 소프트웨어 산업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의 경쟁자로 꼽히는 피그마(Figma)의 주가는 18일(현지시각)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15%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월가 전망치를 상회한 영향이다. 피그마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3억380만달러(약 4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영업손실은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1억9550만달러(약 2800억원)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7월 기업공개(IPO) 이후 주식보상비용이 반영된 데다, AI 관련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피그마의 AI 전략이 올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피그마의 연간 매출은 10억5600만달러(약 1조5300억원)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고, 회사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이보다 약 30% 늘어난 13억7000만달러로 제시했다.

피그마는 이용자가 한 줄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면 앱이나 웹페이지 화면의 디자인 초안을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도구 ‘피그마 메이크(Figma Make)’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피그마 메이크의 주간 사용자 수가 전 분기 대비 70% 늘었고, 피그마의 주요 디자인 소프트웨어에 연간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고객 1400여 개의 절반 이상이 매주 피그마 메이크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기존 고객의 지출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순달러유지율(NDR·Net Dollar Retention)이 136%로, 전년 동기의 131% 대비 5%포인트(p) 상승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NDR이 100%를 상회하면 기존 고객이 피그마의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도구 관련 지출을 1년 전과 비교해 더 많이 늘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딜런 필드 피그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에는 제품 수를 4개에서 8개로 늘렸고, AI 네이티브 기능을 포함해 200개가 넘는 도구를 출시했다”라며 “4분기 가파른 매출과 고객 성장세는 디자인의 중요성과 제품 개발 과정에서 피그마의 필수적인 위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캔바(Canva) 제공
캔바(Canva) 제공

호주 디자인 플랫폼 캔바는 챗GPT, 클로드 등 주요 AI 챗봇을 통한 유입이 늘면서 지난해 사용자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캔바는 지난해 말 기준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억6500만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유료 구독자는 3100만명에 달했다. 사용자가 늘면서 캔바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40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기록했다고 클리프 오브레히트 캔바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웹 서밋 카타르’에서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생성형 AI 도구의 확산이 성장에 기여했다고 오브레히트 COO는 설명했다. 캔바는 지난해 4월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 미니 앱과 웹사이트를 생성할 수 있는 AI 도구 ‘캔바 코드’를 출시했고, 이 도구의 사용자는 최근 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인기 AI 챗봇과의 통합도 적극 추진했다. 캔바는 지난해 10월까지 챗GPT 내 캔바 앱을 통한 사용자 대화가 2600만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또 챗GPT 유입 기준 상위 10개 사이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챗GPT를 통해 캔바 사이트로 넘어오는 사용자가 많다는 의미다.

오브레히트 COO는 “이전까지는 캔바 플랫폼에 다양한 AI 도구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뒤집어 AI 플랫폼에 다양한 디자인 도구를 얹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디자인을 위한 커서(cursor)와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캔바의 성장은 구글 검색을 통해 이뤄졌지만, 이제는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주요 고객 유입 채널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양사는 단순히 AI 기반 디자인 도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챗GPT, 클로드 등을 기반으로 손쉽게 피그마나 캔바 협업 도구를 활용해 디자인을 만들면, 이를 실제 업무와 제품 개발 워크플로우(업무 흐름)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피그마와 캔바 등의 선방에 월가를 중심으로 불거진 ‘소프트웨어 종말론’은 소폭 누그러졌지만,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달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AI 에이전트(비서)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한 이후 고도화된 AI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대체할 것이란 공포가 시장을 덮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세일즈포스, 어도비, 워크데이 등 전통 소프트웨어 강자부터 보안 기업들까지 주가가 연초 대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보안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지난해 견조한 실적에도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에 18일 주가가 7% 하락했다.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테크 기업 수장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르네 하스 Arm CEO는 “대체 우려는 과도하다”며 AI 에이전트 사용 확대와 함께 소프트웨어 사용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런 필드 피그마 CEO도 “소프트웨어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수요가 늘면서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AI 기업 수장들은 다단계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AI 비서가 소프트웨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의 아르튀르 멘슈 CEO는 “현재 주요 기업이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절반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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