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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려고 대통령 된 게 아니라는 대통령

데일리안|desk@dailian.co.kr (데스크 )|2026.02.19

이 대통령의 말재간인가 말장난인가

권력동기 없었다는 말 믿어도 될까?

입법권을 정적 제압의 도구로 쓰다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청와대

“저는 대통령이 되려고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 대통령 권한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X(구 트위터)에 ‘소원성취’라는 제목으로 올린 설날 메시지이다. 말재간을 부렸으나 아주 억지스럽다. 대통령은 글자만의 호칭이 아니다, 이미 그 속에 권한 임무 역할 기능 권력이 포함된 이름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되고자 한 건 아니었다는 식의 표현은 자기 기만일 수 있다. 권력자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라 소원을 이룰 힘을 가진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 말을 왜 그처럼 어렵게 하는지 그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의 말재간인가 말장난인가

“제가 살아왔던 어둡고 헝클어진 세상을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않는 것, 저나 제 가족, 이웃들 그리고 모든 세상 사람들이 그 어떤 불의와 부당함에도 고통받지 않고, 누구도 부당하게 남의 것을 빼앗지 못하는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이 대통령 개인은 그런 세상을 살았는지 모르겠으나 전체로서의 국민은 희망과 성취의 시대를 살았다.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큰 틀에서 되짚어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의 회고를 들으면 일제 식민지 시대보다 더한, 지옥 같은(‘어둡고 헝클어진’이라는 표현이 주는 이미지) 세상에서 살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대통령에 앞서 대통령을 지낸 3명의 집권기도 그런 세상이었다는 판단인지 궁금하다.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국민의 소원, 국가적 과제로 치환할 수 있는 근거가 뭔지도 말해 주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자신과 국민·국가를 동일시하는 것은 민주적 정치리더의 인식일 수 없지 않은가?

“오직 하나의 소원을 안고, 무수한 죽음의 고개를 넘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기회가 생겼는데 그 절실한 일을 왜 하지 않겠냐.”

그 자신도 ‘소원’이 사적인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것뿐 아닌가. ‘무수한 죽음의 고비’를 넘었다고 했으니 그 ‘소원’ 속에는 원한이 엉켜있을 수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혹시 원한을 갚겠다고 생각해 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는 이어서 “국민 여러분의 은혜로 저는 소원을 이뤘다”며 “이제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한) 전력 질주만 남았다”고 적기도 했다. 내 뜻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즉 권력자가 됐으니 누구든 내 앞길을 막을 생각은 말라. 오직 진군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뜻이 내포된 선전포고 같이 읽히는데 문해력 부족 탓일까? 아니라면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자료를 주시라.

권력동기 없었다는 말 믿어도 될까?

대통령의 인식과 의식은 아주 중요하다. 스스로는 권력동기가 없었고 오직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노라고 했지만, 권력자들이 흔히 쓰던 화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 “나는 권력을 탐한 바가 없다. 오직 국민을 위해 권력을 이용했을 뿐”이라는 투의 말을 한 인물들의 예는 너무 흔해서 인용할 필요조차 없다.

권력이 없는, 아니면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오직 권한만 행사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었다면 왜 ‘죽음의 위협’까지 느끼면서도 그처럼 집요하게 ‘대통령 되기’에 매달렸던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 줄 일이다. 그래야 대통령 언어의 진정성을 국민도 공유할 수 있을 테니까.

그는 앞으로 해내고자 하는 ‘절실한 일’로서 △‘부동산 공화국 극복,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공정하고 합리적인 세상 만들기, △성장·발전하는 나라 만들기’ 등을 들었다. 이야말로 거대 담론들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그는 그간에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기염을 토하던데,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그의 선배 좌파 대통령들이 진작 해냈을 것이다. 겁주기나 우격다짐으로는 갈등만 유발할 뿐 풀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내걸고 ‘사력(死力)’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위력을 이용한 겁주기라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대통령은 ‘권력의 장악을 통한 자기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대선전을 이끄는 인상을 줬다. 당선된 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방탄 입법, 사법부 압박 등을 통한 이 대통령 구하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거리낌 없이 노출해왔다. 그것으로도 안심이 안 되는지 정치적 반대 세력, 그러니까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을 ‘내란공범’ ‘내란동조 세력’ 등으로 몰아붙이며 지속해서 위협을, 지금까지 가하고 있다.

일개 필부의 짐작일 뿐이지만 정권 측의 행태에는 의심의 여지가 뚜렷하다. 너무 많은 사례가 지적됐으니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고, 대표적으로 하나만 예시하자. 대법원이 18일 배포한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 자료’에서 이 제도의 입법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다.

“헌법재판소는 태생적·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다. 헌재가 재판소원을 통해 특정 재판의 결론에 직접 관여한다면 재판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입법권을 정적 제압의 도구로 쓰다니

당연한 우려다. 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대법원의 정원을 대폭 늘린다면서 같은 명분으로 재판소원제(재판 4심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 모순된 논리를 그들은 아주 당당히 합리화하고 있다. 목표가 뚜렷하게 제시된 상황에선 밀고 나가는 것이 곧 정의라는 행태다. 지난해 5월 1일 대법원이 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해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한 것이 재판소원제 도입과 대법관 증원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민주당의 의도가 무엇인지 스스로 설명한 것이다.

헌재를 거치면서 대법원의 판결도 뒤집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둔 것도 그렇지만 재판소원제 자체도 사법부에 대한 직접적 압박이다. 정권 측으로서는 2중 3중으로 이 대통령을 위한 사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된다. 이건 이 대통령의 ‘소원’에 포함되는 게 아닌지 법안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는 민주당이 답해 줄 일이다.

헌재도 민주당 역성을 들고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 권한을 가진 헌재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 체제를 택한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정말 우리 사법 체제가 2원적인가? 최종재판권이 하나인데 어떻게 2원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헌재가 그런 지위를 누리고자 하거나 이미 표방해 왔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헌재는 대법원이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 재판기관이다. 거기에다 사법부 최고기관의 판결을 다시 심사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 현행 헌법 체제에서 용인되는 것인지 앞으로 진지하게 연구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그게 민주 상식이다. 절대다수 의석의 집권당이 그 우당들과 함께 국회 처리 속도전을 벌이는 것은 입법권의 중대한 법치 훼손일 수 있다. 왜 시간을 갖고 더 진지하게 토론하지 못하는가.

이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는 좋게 보자면 정치적 나르시시스트의 자기과시이고 나쁘게 보자면 권력자의 근육 자랑이다. 자신의 권력의지를 국민의 일반의지와 등치시키는 것이야말로 권력자의 가장 위험한 자기 정당화다. 그것이 독재로 국가와 국민을 끌어들이는 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겪어왔다던 그 어둡고 헝클어진 세상으로 그 자신이 국민을 끌고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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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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