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도 스텔란티스도 손 털었다…K-배터리 ‘강제 홀로서기’
||2026.02.17
||2026.02.17
세계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로 완성차 업체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굳건한 동맹을 약속했던 한국 배터리 기업과 글로벌 완성차의 합작법인(JV) 체제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잇따른 ‘탈동맹’ 기조에 K-배터리는 완성차와의 파트너십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독자 생존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텔란티스, LG엔솔 이어 삼성SDI마저 ‘헤어질 결심’
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세계 5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삼성SDI와 설립한 미국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철수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결별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텔란티스는 최근 220억유로(약 38조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발표하며 ‘생존 모드’로 전환했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CEO는 “에너지 전환 속도를 지나치게 낙관한 탓에 실제 소비자 수요와 괴리가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업계에서는 스텔란티스가 SPE 지분을 삼성SDI나 제3자에 매각해 추가 투자 부담을 줄이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K-배터리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파열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텔란티스는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캐나다 JV인 ‘넥스트스타 에너지’ 지분 49%를 단돈 100달러(약 14만원)에 넘기며 손을 뗐다. 포드 역시 SK온과 추진 중인 ‘블루오벌SK’ 자산을 분할해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켄터키 공장은 포드가 각각 운영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며 사실상 갈라섰다.
중국 LFP로 눈 돌리는 완성차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와 파트너십을 축소하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하이브리드(HEV) 모델로 전략 수정이 깔려 있다.
포드는 최근 중국 지리그룹과 스페인 공장에서 전기차를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를 중국 BYD로부터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업체의 JV 체제 붕괴는 단기적으로 배터리 업계에 가동률 저하와 고정비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실제 SK온은 2025년 4분기 3조7000억 원의 자산 손상을 인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처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정 완성차 전용 공장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생산 물량을 다양한 고객사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파구는 ‘ESS’…신규 수요 마련에 사활
확정된 수요처를 잃은 배터리 3사는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발맞춰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돌파구를 찾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0% 자회사가 된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북미 ESS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전기차로 북미 쪽에 투자를 많이 했고 해당 자산들을 활용해서 지금 급증하고 있는 ESS 수요를 많이 흡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ESS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크게 늘린 90기가와트시(GWh) 이상으로 제시했다.
삼성SDI는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미 스텔란티스와의 1공장에서 북미 ESS 물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했다. SK온 역시 포드와 합작 종료를 계기로 테네시 공장을 독자적인 ESS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시켜 올해 20GWh 이상의 수주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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