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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지면 안 됩니다”…건보공단과 담배소송

아시아투데이|이세미|2026.02.16

담배소송 항소심 건보공단 패소<YONHAP NO-4351>
"패소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 5일 건강보험공단 상반기 정책 브리핑에서 정기석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제 판단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전망도 나오지 않냐고 하니, 정 이사장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남으면 앞으로 담배 관련 소송이나 사회적 인식이 거기에 상당 기간 고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소송은 2014년 4월 시작됐습니다.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대상은 20갑년 이상 또는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입니다. 12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1·2심은 모두 공단이 패소했고, 지난 4일 대법원에 상고장이 제출됐습니다.

겉으로 보면 '533억원'만 보입니다. 그러나 공단이 강조하는 핵심은 돈보다 '책임의 기준'입니다. 흡연 관련 35개 질환으로 인한 총 진료비는 2011년 기준 1조6914억원이었고, 이는 당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46조원의 3.7%에 해당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흡연 관련 질환은 45개로 늘었고, 2021년 기준 총 진료비는 약 3조5000억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비용은 결국 건강보험 재정, 즉 국민 전체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죠. 흡연자는 담배 한 갑당 841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내지만, 그보다 훨씬 큰 의료비는 사회가 나눠서 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 이사장은 이번 상고의 의미를 "승패를 넘어 우리 사회가 흡연 피해를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담배로 이익을 얻은 기업이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현재의 구조가 과연 타당한지를 묻는 것입니다.

1·2심 모두 패소했지만 그는 "진전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1심은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반면, 2심은 인과관계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인과관계를 더 따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인과관계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에서 위법이 없다고 본 것"이라며 "사실상 한 단계 나아간 판단"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현재 공단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고, 공식 자문 로펌 4곳의 의견을 종합해 논리를 다시 정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1960~70년대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재판부는 당시에도 담배의 유해성이 사회 전반에 알려져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그 시기 담배회사가 중독성과 유해성을 알고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때는 국가가 담배를 광고하고 군대에서 지급까지 하던 시절"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사건으로 취급해선 안됩니다. 패소가 확정되면 그 판단은 대법원 판례로 남습니다. 건보공단이 끝까지 가겠다는 것은 바로 그 판례가 우리 사회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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