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올리고핵산’ 덕본 에스티팜, 글로벌 AOC 시장 주도할까?
||2026.02.16
||2026.02.16
에스티팜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역할을 한 ‘올리고핵산(oligonucleotid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으로 평가 받고 있는 올리고핵산 기반 치료제가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이 분야에서 오랜 생산 경험과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에스티팜이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2025년 연간 연결기준 매출 3316억원, 영업이익 551억원(영업이익률 16.6%)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1.1%, 98.9% 씩 성장했다. 회사 호실적 배경에는 올리고산핵산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의 급성장이 있다.
임상용 물량에 머물던 올리고 수요가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대규모·반복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는 곧바로 고정비 부담 완화와 마진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리고 생산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큰 대신,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성과는 단기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중장기 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저분자 의약품과 항체 치료제 중심의 신약 개발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유전자 발현 자체를 조절하는 핵산 치료제가 차세대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siRNA, mRNA 등 다양한 올리고 기반 기술이 이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거나 후기 임상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한 CDMO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에스티팜이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반복 수주를 확보하며 수주잔고를 확대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는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AOC는 항체의 정밀한 타깃팅 능력과 올리고핵산의 유전자 조절 기능을 결합한 개념으로,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진화형으로 평가된다. 항체가 특정 세포나 조직으로 약물을 운반하고, 접합된 올리고가 세포 내에서 질병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항체 치료제의 선택성과 핵산 치료제의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차세대 모달리티의 차세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만 AOC는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항체 생산, 올리고 합성, 링커 설계와 접합 공정, 그리고 접합체의 품질 분석과 안정성 관리까지 전혀 다른 기술 영역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들조차 내부 역량만으로 AOC를 완결하기보다는, 특정 밸류체인에 강점을 가진 전문 CDMO와의 협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소수의 플레이어에게 AOC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점에서 에스티팜의 경쟁력이 거론된다. 에스티팜은 2000년대 중반부터 올리고핵산 생산에 뛰어들어 GMP 기반 대량 생산 경험을 축적해온 국내 대표 기업이다. 모노머 합성부터 올리고 API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미 글로벌 제약사 다수와 장기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AOC에서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올리고 ‘페이로드(payload)’ 측면에서는 이미 검증된 파트너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진행한 설비 증설과 공정 고도화는 AOC 시장 진입을 위한 기초 체력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상업 생산 경험은 물론, 다양한 길이와 화학적 변형을 가진 올리고를 안정적으로 생산·정제한 노하우는 AOC에서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AOC는 기존 핵산 치료제보다 복잡한 구조를 갖는 만큼, 생산 과정에서의 품질 일관성과 규제 대응 역량이 중요해진다. 이 점에서 에스티팜이 축적해온 CMC 데이터와 글로벌 규제기관 대응 경험은 분명한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에스티팜이 AOC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AOC는 올리고뿐 아니라 항체와의 접합 공정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항체를 직접 생산하거나, 항체 CDMO 역량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바가 많지 않다. 현재 구조만 놓고 보면 에스티팜은 AOC 밸류체인 중 올리고 원료 및 접합 화학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플레이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러한 한계 역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글로벌 항체 CDMO와의 협업, 혹은 링커·접합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AOC 전용 패키지를 구축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낮은 통합 파트너’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ADC 경험을 보유한 기업들이 AOC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링커 설계와 접합 기술은 두 모달리티 간 공통분모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티팜의 올리고핵산 생산 기반은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AOC 전용 접합·분석 역량과 항체 영역과의 연결 고리가 더해질 경우, 에스티팜은 단순한 원료 공급업체를 넘어 차세대 모달리티 시장에서 전략적 허브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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