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코워크·오픈 클로… AI와 함께 일하는 두 가지 방식 [윤석빈의 Thinking]
||2026.02.16
||2026.02.16
2026년 2월,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는 단순히 성능 경쟁을 넘어선 두 가지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하나는 앤트로픽(Anthropic)이 던진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라는 정교하고 세련된 파도이며, 다른 하나는 오픈소스 진영에서 거세게 일어나는 ‘오픈 클로(Open Claw)’라는 야생의 파도다. 이 두 용어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나 일시적인 유행어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AI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업무(Work)’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철학을 대변한다.
우선 ‘클로드 코워크’의 등장은 AI가 텍스트만 생성하던 ‘채팅창’을 벗어나 비로소 우리의 ‘책상(Desktop)’으로 출근했음을 의미한다. 2024년까지의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동적인 ‘조언자’에 머물렀다면, 코워크(Cowork) 시대의 AI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쥐고 실무를 처리하는 능동적인 ‘대리인(Agent)’으로 진화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AI가 써준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고 실행해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직접 IDE(통합 개발 환경)를 열어 코드를 작성하고, 디버깅을 수행하며, 서버에 배포까지 마치는 식이다. 이러한 ‘코워크’가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완벽한 위임(Delegation)’이다.
클로드 코워크는 안전하게 격리된 샌드박스(Sandbox) 가상 환경에서 엑셀을 켜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이메일까지 보낸다. 사용자는 이 과정을 일일이 감시할 필요가 없다. 앤트로픽이 설계한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의 엄격한 통제 아래, 기업의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업무가 완결되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 이는 보안 리스크와 환각(Hallucination)에 대한 걱정 없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AI에게 ‘통째로’ 맡길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이 바로 클로드 코워크가 제시하는 ‘닫힌 생태계의 안락함’이자 ‘신뢰 비용의 획기적 절감’이다.
하지만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이 안락한 울타리(Walled Garden) 밖에서는 정반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오픈 클로(Open Claw)’의 움직임이 거세다. 최근 이름을 바꾼 오픈소스 봇 ‘몰트(Molt)’가 대표적인 예로, ‘오픈 클로’는 사용자가 AI의 잠재력을 날카롭게 ‘움켜쥐는(Claw)’ 힘, 즉 기술적 주권과 야생성을 상징한다. 여기서 ‘몰트(Molt, 탈피)’라는 이름은 기존 챗봇의 껍질을 벗고, 시스템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데이터를 움켜쥔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포한다.
오픈 클로 진영은 ‘무한한 확장성(Extensibility)’과 ‘소유권(Ownership)’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클로드 코워크가 정해진 규칙과 윤리 가이드라인 안에서 일하는 모범생이라면, 오픈 클로 진영의 AI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개조할 수 있는 야생마와 같다. 내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낱낱이 볼 수 있는 투명성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금융권에서는 초단타 매매를 위한 ‘투자용 발톱(Claw)’으로, 보안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침입을 감지하는 ‘방어용 발톱’으로, 혹은 의료계에서는 환자 데이터를 외부 유출 없이 분석하는 ‘진단용 발톱’으로 목적에 맞게 AI의 기능을 갈아 끼울 수 있다. 클라우드 연결 없이 내 로컬 PC나 폐쇄망 서버에서 구동되는 온프레미스 환경은 보안에 민감한 기관들에게 유일한 대안이 된다. 오픈 클로는 결국 기술의 주도권을 거대 플랫폼 기업이 아닌 ‘사용자’에게 되돌려주겠다는 강력한 선언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겉보기에 대립하는 듯한 이 두 흐름이 결국 ‘에이전트 경제(Agent Economy)’라는 하나의 미래로 수렴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클로드’에게는 정밀하고 실수가 없어야 하는 계약서 작성이나 재무 보고서 작성을 맡기고, ‘오픈 클로(몰트)’에게는 발 빠르게 웹을 누비며 최신 시장 정보를 긁어오거나(Crawling & Clawing) 사내 레거시 시스템의 로그를 감시하게 하는 식으로 업무를 정교하게 조율하게 될 것이다.
웹 3.0 전문가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들이 블록체인 위에서 서로의 노동력을 거래하고, 검증하며, 협업하는 거대한 자율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는 세상 또한 머지않았다. 인간 관리자는 이제 실무자가 아닌, 이 다양한 특성을 가진 AI 에이전트들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가 되어야 한다.
이제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모든 서비스가 완벽하게 갖춰진 호텔 같은 ‘클로드 코워크’를 원하는가, 아니면 내 마음대로 설계하고 벽돌을 쌓아 집을 지을 수 있는 ‘오픈 클로’의 광야를 원하는가? 한국의 IT 산업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섭렵해야 한다. 클로드의 압도적인 생산성을 도구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되, 오픈 클로의 기술력을 내재화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AI 주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2026년, 오픈 클로와 클로드 코워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과제이자 기회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는 서강대 AI·SW 대학원 특임교수로 36Kr 코리아 고문, 투이컨설팅 자문과 한국 경영학회 디지털 경영 공동위원장, 법무 법인 DLG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오라클과 한국 IBM 등 IT 업계 경력과 더불어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교수로도 활동했다.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인공지능보안 전공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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