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먹다 체한다”…설 연휴, 스타트업이 ‘마음 관리’ 돕는다
||2026.02.14
||2026.02.14
서울에 사는 40대 미혼 직장인 김모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를 쉰다는 사실은 반갑지만, 경기도 본가에 갈 생각을 하면 부담이 앞선다. 가족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는 떡국이 아니라 ‘결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연휴 이후 업무 부담까지 생각하면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그는 결국 설 연휴 마지막 날, 모바일 멘탈케어 플랫폼 상담을 예약했다.
디지털·AI 기반 멘탈케어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설 연휴는 가족과 만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가족 관계 갈등과 사회적 기대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취업·결혼·출산 등 개인의 삶에 대한 질문이 오가는 문화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긴장감은 높아진다. 여기에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리듬 붕괴, 연휴 이후 업무 복귀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설 명절 증후군’이 나타난다.
이 같은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을 직접 찾는 대신 모바일 앱이나 화상 상담 등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심리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에 따르면, 추석·설 등 연휴가 끝난 직후 상담 이용자가 평소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2016년 설립된 마인드카페는 앱을 통해 AI 데이터 기반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팅 상담은 물론 전화·화상 상담까지 지원하며, 현재 누적 상담 건수는 400만 건에 달한다. 이용자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즉시 상담받을 수 있다. 특히 앱 기반 서비스는 연휴 기간에도 24시간 이용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다.
스트레스 관리 플랫폼 ‘마인들링’을 운영하는 포티파이는 감정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멘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사용자의 우울·불안·분노·고독 등 감정 패턴을 분석하고, 일상 속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감정 변화를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도록 돕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멘탈케어 서비스 수요 증가 배경으로 가족 중심 문화에서 비롯되는 관계 갈등을 지목한다. 결혼율 저하와 치열한 경쟁 구조 등 사회적 환경이 개인의 심리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익명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앱 기반 플랫폼이 심리 상담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다.
명절 이후 심리적 공백을 비대면 서비스로 메우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연휴가 끝난 뒤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를 호소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
가족 모임 이후 공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면서 명상 앱 ‘캄(Calm)’과 심리 상담 플랫폼 ‘베터헬프(BetterHelp)’ 등 디지털 기반 멘탈케어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가 발표한 2025년 연간 리뷰 리포트에 따르면, 연말과 명절 직후인 1월 첫째 주 월요일이 자사 앱 이용이 가장 많은 날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연휴 이후 일상 복귀 시점에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 챙김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멘탈케어 시장 자체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멘탈케어 앱 시장 규모는 2025년 89억달러(약 12조8200억원)로 추산된다. 이 시장은 연평균 14.6% 성장해 2030년에는 175억2000만달러(약 25조2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회적 스트레스 증가와 정신건강 인식 개선, 비대면 서비스 확산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디지털 멘탈케어 서비스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심리 상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들 서비스는 생활 습관 개선이나 가벼운 스트레스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증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임상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효과에 대한 의학적 검증과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이용자 역시 증상의 경중을 판단해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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