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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플랫폼톡]주거 유연성

전자신문|전자신문|2026.02.11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

국내 임대차 시장은 오랫동안 '전세 아니면 2년 월세'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있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2년이라는 기간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변화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직된 규제의 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는 이러한 관성을 깨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바로 '필요한 만큼만 거주하는' 단기임대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다.

단기임대 플랫폼을 운영하며 확인한 시장의 수요는 단순히 '여행'이나 '한 달 살기' 같은 낭만에 머물지 않는다. 가장 압도적인 수요는 경제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2040세대에서 나온다. 특히 출장, 인턴십, 프로젝트성 업무, 취업 준비 등 '일'과 직결된 수요가 전체의 약 40%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간호대 학생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은 단기임대가 왜 '필수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국 약 10만명에 달하는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은 졸업 전 반드시 수개월간 병원 실습을 거쳐야 한다. 본가와 떨어진 지역으로 배정받을 경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2년짜리 정주 공간이 아니라 실습 기간인 2~3개월 동안 지낼 안전한 방이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인 실습생들의 현실적인 대안은 고시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인턴사원, 단기 프로젝트를 맡은 정보기술(IT) 개발자, 해외에서 입국한 근로자나 교환학생들에게 현행 2년 단위 계약과 거액의 보증금은 주거 진입 장벽 그 자체다. 이들에게 2년 계약을 강요하는 것은 불필요한 보증금 잠식과 중도 해지 시 발생하는 위약금 부담을 떠안기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나라의 단기임대 시장은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앞으로 이 시장이 주택 임대차의 핵심 축으로 성장할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경제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다. 업무환경이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평생직장이 사라져 2~3년마다 회사를 이직하고, 한 직장에서도 도시를 이동하고 국가를 뛰어넘는 일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둘째, 가구 구조의 해체와 재편이다. 우리사회는 2024년 1인 가구가 800만을 넘는 1인 가구 전성시대에 도달했다. 전체가구의 36.1%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인 가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 29%에 달했다. 가구 구성원이 단출해질수록 거주지 선택의 유연성은 높아지며 단기 계약 시장의 팽창으로 이어진다.

셋째, 전세 중심 시장의 축소와 월세화의 가속이다. 최근 전세 사기 사태와 전제 대출 제한으로 인해 전세에 대한 수요가 무너지면서, 시장의 자금은 반전세와 월세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월세 기반의 시장이 공고해질수록 가격 구조가 투명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주나 월 단위로 계약하는 단기임대 서비스가 제도권 안으로 안착하는 토양이 될 것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 임대차 계약의 60%는 1년 단위, 30%는 월 단위로 이뤄진다. 필요한 만큼 계약하고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주거 안정'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만이 안정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시기에 적정한 가격으로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있는 '주거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안정이다.

정부는 이제 아파트 신고가 뉴스에서 눈을 돌려, 청년과 1인 가구가 겪고 있는 '거주 기간의 불일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단기 임차 수요를 반영한 제도적 개선과 주거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은 단순히 부동산 문제를 넘어, 청년 세대의 이동성을 보장하고 사회적 활력을 불어넣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단기임대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맞이할 주거 시장의 필연적인 미래다.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 ppakhong@space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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