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턴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 AI 기업 전환 속도낸다
||2026.02.06
||2026.02.06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와 회계기준 위반 의혹을 벗으며 수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다. 이제 플랫폼을 넘어 자율주행 중심의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본격 전환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택시 배차 시스템 사건과 금융당국이 통보한 회계 기준 위반 사건 2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콜 차단 사건 혐의는 남았지만 큰 고비는 넘겼다. 콜 몰아주기 의혹이 지난해 5월 행정 소송에서도 법원이 카카오모빌리티 손을 들어준 점을 감안하면 콜 차단 역시 회사 입장에서 무난한 결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진행 중이던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택시 플랫폼 운영으로 쌓은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자율주행으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전부터 피지컬 AI 전환을 준비해왔다. 산업부가 주도하는 'AI 미래차 M.AX 얼라이언스'에 합류해 AI 자율주행 분과 앵커 기업(선도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형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표준 모델을 개발부터 입지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E2E는 인지·판단·제어 과정을 하나의 AI 모델로 통합해 데이터를 학습하고 상황을 자체 추론하는 기술로, 자율주행 업계의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실증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세종을 시작으로 판교·강남·대구·제주·서울 등지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며 약 3만km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는 라이다, 카메라 센서 등 엣지 인프라와 자체 운영 자율주행차를 통해 획득했으며, 사람·차량·자전거 등 움직이는 3D 동적 객체와 신호등·표지판 등 2D 정적 객체를 인지·판단할 수 있는 10개 유형 15만 건으로 구성됐다. 카카오T와 카카오내비를 통해 축적한 이동 데이터, 배차·관제·경로 생성 등 플랫폼 운영 노하우도 뒷받침한다.
◆'3D 객체 인지·E2E' 기술 전문가 김진규 부문장 "현실 위에 기술 쌓겠다"
아울러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기존 '미래이동개발실'과 '미래사업실'을 통합한 '피지컬 AI 부문'을 신설하고, 부사장급 부문장으로 김진규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기획과 개발로 분산돼 있던 미래 이동 기술 역량을 하나로 묶어 자율주행 등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다.
김 부문장은 사내 인사 발령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가 다져놓은 단단한 '현실의 기반' 위에 '기술의 높이'를 쌓아 올리겠다"며 기술 기업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이터,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온 운영 노하우,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온 서비스 운영 역량, 이 세 가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카카오모빌리티만의 독보적인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진규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 AI 부문장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에서 학·석사 학위를, UC버클리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웨이모에서 E2E 자율주행 핵심 프로젝트에 참여한 자율주행 전문가다. 현재 고려대에서 비전&AI 랩(Vision & AI Lab)을 이끌며 멀티모달 표현 학습, 대규모 자율주행을 위한 기계학습, 지속적·생애학습, 파운데이션 모델 및 생성 AI 등 핵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비전&AI 랩의 연구 방향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과 직접 맞닿아 있다. 연구실은 3D 객체 탐지, 행동 예측, 점유 예측 등 자율주행 핵심 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과 실시간 처리 및 효율성 향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다중 뷰 카메라에서 중첩 영역의 3D 객체 탐지 정확도를 높이는 'ORA3D', 저해상도 쿼리로 3D 점유 예측을 효율화하는 기술, 보행자 궤적 예측 모델 'GUIDE-CoT' 등 최근 연구 성과가 카카오모빌리티가 축적한 3D 동적 객체 데이터셋과 직접 연결된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도메인 일반화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도메인 일반화란 특정 환경에서 학습한 AI가 다른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맑은 날 서울 도심에서 학습한 자율주행 AI가 비 오는 날 제주 해안도로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전&AI 랩은 자기지도 학습, 대조 학습, 커리큘럼 학습 등을 통해 도메인 시프트 문제를 극복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종·판교·강남·대구·제주·서울 등 다양한 도시 환경에서 실증을 진행해온 카카오모빌리티가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연구실은 인간의 조언과 설명을 내재화한 설명 가능한 자율주행 AI, 시뮬레이션 기반 시나리오 검증 등 실제 도로 환경 대응 연구도 수행 중이다.
멀티모달 AI 역량도 피지컬 AI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된다. 비전&AI 랩은 이미지, 텍스트, 사운드 등 다양한 데이터 모달리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개발 중인 3D 렌더링 기술과도 연결된다. 구글의 이머시브 뷰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시점에서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기술로, 현재 사무실 내부, 사물, 주차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전&AI 랩은 웨이모, 현대자동차 등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업해온 경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피지컬 AI 부문 신설 및 AI 핵심인재 영입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이동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고자 한다"며 "특히 이번에 신규 영입한 김진규 피지컬 AI 부문장은 웨이모 등 글로벌 기업에서의 실무 경험과 학계의 전문성을 두루 갖춘 산학 통합형 전문가로,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분야 경쟁력 확보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자체 기술 개발은 물론 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여, 안전한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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