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한국 관세 재인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이틀째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7시 이전부터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2시간 이상 러트닉 장관과 협의한 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며 "어떻게 절충점을 찾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더 필요하다"며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대한국 관세 인상에 나설지 등 일정 논의 여부에 관해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김 장관은 후속 협의와 관련, 이번 방미 기간 미국에서의 대면 협의는 마무리됐으며, 귀국 후 화상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전날에도 오후 5시께부터 러트닉 장관과 1시간 넘게 회동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을 만났으나 신규 무역 마찰을 가라앉히는 데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한·미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무역 합의와 연계된 투자 약속의 이행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목재·의약품을 포함한 한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복원할 수 있다는 경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러트닉 장관은 28일 삼성전자가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 인근 예술산업관에서 주최한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 축사에서도 한국의 대미 투자가 "선택 사항이 아니다(not an option)"며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관세 위협이 합의 파기(breach)보다는 이행 속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반영하며, 한국이 더 빨리 움직이도록 밀어붙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블룸버그는 이번 갈등이 미국 상장 기업인 쿠팡(Coupang Inc.)에 대한 한국 당국의 데이터 침해 조사와 맞물려 양국 관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측은 관세 갈등과 쿠팡 조사 연계설을 부인하고 있으며, 조현 외교부 장관은 "관세 이슈는 쿠팡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전날 한국을 환율 및 거시경제 정책 감시 대상국으로 재차 지정했다.
아울러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28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25% 관세 적용 경고가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경고'가 한국 국회의 합의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