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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핵심 동력 아틀라스를 막아선 ‘벽’ [줌인IT]

IT조선|허인학 기자|2026.01.30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발걸음이 노조 앞에서 멈춰 섰다. 그룹이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해 실증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노조는 “사전 합의 없는 도입은 불가하다”며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이 선택이 현대차그룹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의 기술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반대가, 역설적으로 일자리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로봇을 미래 사업의 주변부가 아닌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시장에 분명히 한 것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현대차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로봇 기술의 완성도뿐 아니라, 이를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시장의 신뢰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생산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노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투입이 노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합의 없는 투입은 단 한 대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가 반대의 핵심 배경이다.

노조가 내세우는 논거 가운데 하나는 비용 문제다. 생산직 평균 연봉을 1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24시간 가동 기준 생산직 3명의 연간 인건비는 약 3억원에 이른다. 반면 업계에서는 아틀라스 1대의 가격을 약 2억원, 연간 유지비를 1400만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단순 계산만 놓고 보면 2년 남짓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 사측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고용 구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노조의 반대를 키운 셈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짚어볼 대목이 있다. 현재의 인건비 구조가 어떻게 형성돼 왔느냐는 점이다. 노조는 매년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왔고, 지난 2025년에는 노란봉투법 논의 속에서 기본급 인상과 대규모 성과급을 관철했다. 이렇게 누적된 비용 부담은 기업 경영에 구조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로봇 도입과 생산 방식 조정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위협이라기보다, 축적된 구조가 만들어낸 선택지에 가깝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경쟁 구도는 더 냉정하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테슬라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승부의 핵심은 로봇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느냐다. 현대차는 전 세계에 분포한 생산 거점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생산 현장에서의 실증이 지연된다면 이 전략은 출발선에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노조의 반대가 곧바로 고용 붕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기술 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고용을 지키는 해법이 되기도 어렵다. 기술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금기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노동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없이 기술을 멈춰 세우는 선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 역시 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란봉투법 등 노동 관련 제도는 노동자 보호를 취지로 설계됐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신호로 읽히고 있다. 기업들은 법적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으로 국내 투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보호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과거 최대 경영 난관으로 ‘노조’를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기업의 성장은 임금과 고용의 전제 조건이다.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대체 구도로만 설정하는 순간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노동자보다 많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변화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로봇을 막는다고 변화가 멈추지는 않는다. 변화는 다른 경로를 찾을 뿐이다. 생산 현장에서의 선택이 미래의 일자리를 지키는 결정이 될지, 아니면 그 가능성을 스스로 좁히는 선택이 될지는 이제 냉정한 판단에 달려 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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