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올림픽에 美 ICE 파견… 밀라노市 “살인 민병대” 강력 반발
||2026.01.28
||2026.01.28
다음 달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보안 지원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파장이 번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ICE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들을 파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민세관단속국이라는 이름 때문에 ICE는 미국 안에서만 활동하는 조직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하에 다양한 부서를 거느리고 있다. 올림픽에 파견하는 HSI는 인신매매, 마약 밀수, 위조 여권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추적하는 부서다. 불법 체류 단속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ICE 내 다른 부서 ERO와 근본적으로 맡은 업무가 다르다.
국제 범죄는 미국 밖에서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 수사가 불가능하다. 특히 올림픽 기간에는 HSI가 모은 정보를 선수단 이동 경로와 숙소 안전 점검에 활용한다. 이 때문에 HSI 요원들은 평소에도 전 세계 대사관과 영사관에 상주하며 현지 당국과 협력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HSI는 위험 인물·위험 경로·위조 신분 가능성 같은 정보를 미리 걸러내 외교보안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에서 체포나 단속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뒤에서 위험 신호를 선별하는 분석팀에 가깝다는 뜻이다.
NBC에 따르면 미 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USOPC)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국무부 외교보안국(DSS)과 이런 방식으로 긴밀히 협력해왔다. 지난 2024년 파리 올림픽 때도 ICE 산하 HSI 요원들이 프랑스 당국과 정보 협력을 한 전례가 있다. 미국 측은 이번 파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미국 대표단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라 정보 지원 중요성도 커졌다.
ICE 대변인은 성명에서 “올림픽 보안 작전은 전적으로 이탈리아 당국 권한 하에 있다”며 “파견되는 ICE 요원들은 국무부 외교보안국을 지원하고 초국가적 범죄 조직의 위협을 식별해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ICE라는 조직이 갖는 상징성과 최근 행적이다. ICE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 단속을 최일선에서 집행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여론이 격앙된 결정적 계기는 최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다. 연방 이민 단속 활동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 사건이 잇따르며, 이탈리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연방 이민 기관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이 여파로 ICE 산하 조직이 올림픽 보안 지원에 관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탈리아 사회에 불안을 자극했다.
개최 도시 밀라노의 주세페 살라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이탈리아 매체 일 파토 쿼티디아노에 따르면 중도 좌파 성향 살라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ICE를 “사람을 죽이는 민병대(militia that kills)”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우리의 민주적인 치안 관리 방식과 맞지 않는 조직”이라며 파견 철회를 요구했다.
이탈리아 언론과 정치권 반응도 싸늘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멜로니 정부가 미국 압력에 굴복해 주권을 침해받을 소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유력 매체 라 스탐파는 “대서양 건너편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ICE는 공포의 동의어”라고 지적했다. 현지 매체 대다수 역시 “트럼프의 ‘이민자 사냥꾼’들은 올림픽이라는 평화의 제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밀라노 시내에는 “ICE는 나가라(ICE OUT)”, “ICE는 소아성애자를 보호한다”는 과격한 문구가 적힌 벽보가 나붙기도 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파장이 커지자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중앙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우파 성향 멜로니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미국 요원들이 미니애폴리스 거리에서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마치 나치 친위대(SS)가 오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탈리아 거리 치안은 오직 카라비니에리(헌병대)와 경찰만이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도 틸만 퍼티타 주이탈리아 미국 대사를 만나 “ICE 요원들은 외부적인 공공 질서 유지 기능은 갖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미국과 유럽 간의 가치 충돌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와 반이민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에 거부감을 가진 유럽 내 여론이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평가다. 이탈리아 정부는 요원들의 활동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중 미국 요원들과 현지 시민들 사이에 사소한 마찰이라도 빚어질 경우,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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